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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책임 하도급에 떠넘긴 건설사 '갑질'에 7억 원대 과징금 철퇴

윤근일 기자
안전사고 책임 하도급에 떠넘긴 건설사 '갑질'에 7억 원대 과징금 철퇴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안전사고 발생 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부당 특약을 설정한 중소 건설업체 3곳에 대해 총 7억 2,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제재는 산업재해가 빈번한 건설 현장에서 원사업자가 안전관리 비용과 책임을 수급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고질적 관행을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종합건설업체인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케이알산업, ㈜엔씨건설 등 3개사가 수급 사업자들에게 산업 안전 관련 부당 특약을 설정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조치와 함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로는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이 3억 1,2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케이알산업과 엔씨건설에 각각 2억 5,700만 원과 1억 6,000만 원의 과징금이 확정되었다. 특히 엔씨건설은 과징금 외에도 별도의 과태료 500만 원을 추가로 납부하게 되었다.

이번 조사는 건설업종에서 원사업자가 안전관리 책임을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하여 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착수된 직권조사의 산물이다. 조사 결과 이들 3개사는 산업 안전과 관련된 모든 비용과 책임을 하도급업체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불공정 거래 조건을 계약에 명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부당 특약 설정에 해당하며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은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93개 수급 사업자와 311건의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11개에 달하는 부당 거래 조건을 설정했다. 이 회사는 안전사고 발생 시 사고자와의 합의 비용은 물론 소속 근로자의 부상에 따른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하도급업체가 지도록 계약서와 안전 관리 약정서에 명시하였다. 이는 원사업자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위험 관리 비용을 영세한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다.

계약 절차상의 위법성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의 법 준수 의지 결여가 확인되었다. 해당 업체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0개 수급 사업자에게 공사 착공 후 최소 1일에서 최대 112일이 지나서야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는 이른바 '늑장 발급'을 자행했다. 하도급법은 건설 위탁 시 공사 시작 전 반드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사후에 서면을 교부하며 수급 사업자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하도급 대금 지급과 관련된 필수 정보 누락 역시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의 주요 위반 사항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발급된 서면에는 법적으로 명시되어야 할 대금 지급 방법과 지급 기일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정보 누락은 수급 사업자가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분쟁 발생 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절차적 결함이다.

케이알산업 또한 2018년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29개 수급 사업자에게 41건의 공사를 위탁하며 안전 관리 조항에 독소 조항을 삽입했다. 이 업체는 재해 발생 시 수급 사업자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문화하여 원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심지어 재해로 인해 발생한 제삼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수급 사업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강요하며 하도급사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엔씨건설은 2023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진행된 41건의 공사 위탁 과정에서 안전사고 보상비 일체를 하도급업체가 부담하도록 강제했다. 사고 발생 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수급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조건을 걸어 원사업자의 안전 확보 의무를 사실상 방기하는 행태를 보였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하도급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판단하여 엄중한 과징금 처분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렸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현장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하도급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관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원사업자가 지는 법적 안전 관리 의무를 사적 계약을 통해 하도급사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사업자가 산업안전 확보 노력을 소홀히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당특약 설정 행위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상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건설 현장의 안전 무불감증과 갑질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건설 정책 전문가는 "안전 관리 책임의 전가는 결국 현장의 안전 관리 부실로 이어져 소중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조치가 지속되어야 시장의 효율성과 법치 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는 원사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책임을 외주화하는 행태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향후 공정위는 건설업종 전반에 걸쳐 수급 사업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특히 안전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뿐만 아니라 대금 지급 지연, 서면 미교부 등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영역에 대해 현장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건설사들은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내부 계약 시스템을 점검하고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준수하여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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