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시장 양극화와 청년층 이탈을 경고하며 노동시장 구조의 전면적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 7천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노동이동률은 9.8%까지 떨어져 시장 활력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해고 기준 명확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통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용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경총은 현재의 고용 상황을 K자형 양극화 심화,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노동 이동성 저하 등 세 가지 핵심 징후로 요약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고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켜 국가 전체의 성장 기반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용 시장의 K자형 양극화는 산업과 세대, 기업 규모에 따라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신산업 분야와 대기업, 상용직 및 60대 이상 고용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전통 산업과 중소기업, 임시일용직 및 60대 미만 고용은 일제히 감소했다. 이는 고용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에서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 현상은 국가 성장잠재력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신호로 분석됐다. 지난해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쉰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 7천 명에 달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임시직에서 이탈한 청년들이 노동시장 재진입 대신 비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유입되면서 일자리의 질적 문제가 청년 취업난의 본질로 부각됐다.
노동시장의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이동률은 지난해 9.8%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기존 인력 유지에 집중하는 보수적 인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근로자들 역시 고용시장 위축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이직을 자제하면서 시장 전반의 인력 재배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K자형 양극화 등 구조적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과 노동 이동성 둔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제약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신호"라고 강조하며 정책적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총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용 유연성의 확대를 제안했다. 특정 일자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현재의 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근로자의 원활한 이동과 재배치를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근로계약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여 기업의 인사 운영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편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현행 호봉제는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를 벌리고 노동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됐다. 경총은 직무의 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취업규칙 변경 시 필요한 근로자 동의 규정을 의견 청취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직된 노동 규제가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근로 시간 단축이나 정년 연장과 같은 규제들이 오히려 노동시장 전체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총은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안전망 구축에 있어서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업에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대신 근로자에게는 실업 시 소득 보전과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상호 보완적 개념이다. 구직급여 제도의 합리적 운영과 직업훈련 기능 강화를 통해 실직자가 신속하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용 유연성 확대가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고 규제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가 사측의 일방적인 인력 감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노동계는 사회안전망의 실질적 확충 없는 유연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향후 노동시장 개혁은 고용 유연화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라는 두 축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와 경영계가 제시하는 유연안정성 모델이 노동계의 동의를 얻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구조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입법적 뒷받침과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정의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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