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 고갈로 4월분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한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연대보증 등 이행보증 방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전체 104개 매장 중 이미 3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나머지 67개 점포마저 멈출 경우 기업 회생 대신 청산 절차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보유한 운영자금이 바닥나 현재 운영 중인 67개 점포의 유지조차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사측은 메리츠금융이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인 자금 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고 주장한다. 현시점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뿐이라는 것이 홈플러스가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홈플러스는 지난 10일 전체 대형마트 매장의 약 35%에 달하는 37개 지점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4월분 급여는 이미 체불된 상태이며 오는 21일로 예정된 5월분 급여 지급 역시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잔금 입금까지는 아직 두 달여의 시간이 남아 있어 당장의 현금 흐름이 막혔다.
홈플러스가 메리츠 측에 요청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브릿지론과 구조혁신을 위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다. 이들은 영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유통기업 특성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메리츠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만약 남은 매장들까지 영업을 멈추게 되면 회생절차는 종료되고 즉시 청산 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금융은 배임 우려와 주주 보호를 이유로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 등 확실한 이행보증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후순위 채권 피해자들이 DIP 대출 강행 시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예고한 점도 메리츠에게는 상당한 법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측은 담보 설정을 두고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신탁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츠는 이 방안이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동의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브릿지론 시행 검토는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모펀드 구조상 연대보증이 어렵고 이미 임원진이 개인 자산까지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 보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메리츠는 이미 1조 2천억 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4조 원 상당의 부동산 68개 점포를 담보로 확보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이후의 자산 매각 대금 역시 메리츠가 우선 변제받는 구조임을 강조하며 초단기 대출에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지원 외면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시장에서는 채권 회수 극대화를 노리는 금융사와 고용 및 지역 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유통사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본다.
협상이 결렬되어 청산 절차가 시작될 경우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과 입점주 피해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예상된다. 메리츠가 채권액을 전액 회수하더라도 후순위 채권자의 회수율은 급락하게 되며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금융기관의 배임 방지 노력은 정당하나 국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포용적 금융의 역할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제언했다.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은 오는 21일 급여 지급일과 익스프레스 매각 잔금 유입 시점 사이의 유동성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메리츠금융이 요구하는 이행보증 수준을 MBK파트너스가 수용할지 혹은 제3의 대안이 도출될지가 관건이다. 만약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어 운영자금 수혈에 실패한다면 국내 대형 유통업계의 지각변동과 대규모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가 이미 담보로 확보한 자산 가치가 채권액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개인 보증 요구가 과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메리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유지하며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대치 속에서 협력업체들의 대금 결제 지연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유통 생태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논리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있으며 그 시간적 여유는 그리 많지 않다. 홈플러스가 제안한 질권 설정 방식이 메리츠의 내부 승인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금융권의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양측의 막판 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으나 실무적 이견의 골은 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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