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우간다 분쟁 생존자 실비아 아칸, 2026 광주인권상 수상... "희생 딛고 지켜낸 민주주의 가치 전파할 것"

이겨례 기자
우간다 분쟁 생존자 실비아 아칸, 2026 광주인권상 수상...
©연합뉴스

 

우간다의 전쟁 피해자에서 세계적인 여성 인권 활동가로 거듭난 실비아 아칸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 대표가 2026년 광주인권상을 수상하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역설했다. 아칸 대표는 과거 8년간의 납치와 인권 유린이라는 개인적 비극을 극복하고 분쟁 지역 여성들의 자립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상은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의 인권 회복 운동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대내외에 확인시켰다.

실비아 아칸 대표는 광주 시상식 현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지닌 자유와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전 세계 분쟁 피해자들과 공유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상식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는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분명히 했다. 광주 전일빌딩 245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아칸 대표의 삶과 투쟁이 광주의 역사적 경험과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자리가 되었다. 아칸 대표는 수상의 영광을 현재도 분쟁의 고통 속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우간다와 전 세계 수많은 여성에게 돌리며 인권 운동의 당위성을 재확인했다.

아칸 대표의 인권 활동은 그가 어린 시절 직접 겪어야 했던 처참한 전쟁 범죄의 상흔과 이에 맞선 투쟁의 역사에서 출발했다. 13세가 되던 해 우간다 정부군과 대립하던 군사 조직 신의저항군(LRA)에 납치된 그는 이후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당한 채 억류 생활을 지속했다. 전쟁이 여성의 삶과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몸소 체험한 그는 이 비극적인 경험을 개인의 고통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의 동력으로 삼았다. 억류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이후의 삶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생존자들을 치유하고 돕는 데 집중되었다.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사회로 복귀한 아칸 대표는 전문적인 구호 활동을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120개가 넘는 실향민 캠프를 누비며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 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이후 그가 독자적인 인권 단체를 설립하여 보다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다. 교육과 실천을 병행한 그의 행보는 단순한 피해 구제를 넘어 피해자들의 주체적인 삶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2011년 설립된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WVU)'는 분쟁 생존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심리적·경제적 구호 체계를 구축하며 아프리카 인권 운동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이 단체는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아칸 대표는 여성들이 경제적 독립을 이룰 때 비로소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권 회복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다. GWVU의 활동은 우간다 내 분쟁 지역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시상식 현장에서 아칸 대표는 4개월 된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다. 그는 "아이들과 여성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 분쟁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지지받는 세상을 다 같이 만들어가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책임감으로 승화시킨 인권 운동가의 진심 어린 호소로 평가받았다. 아칸 대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간다 내 여성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분쟁 지역의 인권 보호를 위한 연대 활동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5·18 기념재단은 아칸 대표의 행보가 광주 정신이 지향하는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와 완벽히 부합한다는 점을 선정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재단 측은 "아칸 대표는 개인의 고통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동체 회복과 제도 개선에 이바지해 왔다"며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광주인권상은 1980년 5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후 매년 세계 인권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며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아칸 대표의 수상은 광주인권상이 지닌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국제적 포상이 현지의 실질적인 인권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국제 사회의 압력과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수상 이후 해당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법적 규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활동가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징적인 시상을 넘어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제 인권 시상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이자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평가받는다.

향후 아칸 대표는 여성과 아동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정책 제안 활동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는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학습하고 이를 우간다 현지 상황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아칸 대표의 활동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새로운 평화의 씨앗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류 보편의 인권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그의 여정은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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