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로 도심 텃밭 내 농작물 절도 사건이 급증하면서 경찰 강력계 형사들이 수사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변 텃밭에서 한 달 사이 10건에 가까운 민원이 접수되는 등 '생계형 서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방범 시설 부재를 틈탄 무분별한 농작물 탈취는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 현행법상 엄연한 형사 처벌 대상이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변에 위치한 도시농업 체험학습장에서 애지중지 키운 상추와 깨 모종이 통째로 사라지는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식탁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텃밭 농작물을 노린 범죄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관할 동대문경찰서는 강력계 형사들을 현장에 투입하여 범인 추적과 증거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 조사를 통해 범행 수법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40대 여성 피해자 A씨는 2년의 기다림 끝에 배정받은 4.5㎡ 규모의 텃밭에서 상추 수십 포기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두 달간 정성 들여 키운 농작물이 뿌리째 뽑혀 나간 현장에는 흙이 패인 흔적과 일부 잔해만이 흉터처럼 남았다. A씨는 수확의 기쁨을 기대하며 매일 물을 주었으나 누군가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도시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던 시민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 사례다.
인근에서 2년째 텃밭을 가꾸는 50대 고모 씨 역시 일주일 전 심어놓은 깨 모종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범인은 삽을 이용해 모종을 통째로 퍼가는 대담함을 보였으며 이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서리를 넘어선 계획적 범행으로 의심된다. 피해자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가꾼 소중한 결과물이 범죄의 표적이 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힐링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도둑의 개인 마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범죄가 빈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도시 텃밭의 열악한 방범 환경과 구조적 취약성이 지목된다. 927개에 달하는 방대한 텃밭 단지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는 인근 장안교에 설치된 1~2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산책로와 인접해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한 반면 범행을 억제할 실질적인 보안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러한 방범의 사각지대는 범죄자들에게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최근 한 달 사이 농작물 절도와 관련한 민원이 5건에서 10건가량 집중적으로 접수되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구청 측은 예산 문제로 인해 즉각적인 CCTV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내년도 예산 편성을 통해 보안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임시방편으로 동대문경찰서에 주야간 순찰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현장 근로자를 통한 감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절도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계도 활동에도 착수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농작물 절도 증가의 배경으로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그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일부 시민들이 타인의 자산을 탈취하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청 관계자는 "상추나 깻잎 한 장이라도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발 시 절도 혐의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소액의 농작물이라도 엄격한 법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주말농장이나 도심 텃밭에서 농작물을 서리당했다는 하소연이 수십 건씩 게시되며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타인의 노동력을 편취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생계형 범죄라는 미명 하에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물가 시대가 낳은 씁쓸한 단면이자 공동체 의식의 붕괴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고물가 시대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의 우발적인 행위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화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치와 시장 질서 확립을 우선시하는 관점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사소한 절도 행위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지점이다.
향후 물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국 각지의 주말농장과 도심 텃밭에서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행정 당국은 단순한 경고 현수막 설치를 넘어 실효성 있는 방범 인프라를 구축하여 시민들의 정당한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경찰의 주기적인 순찰과 엄정한 수사를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시민들 또한 서리라는 이름 뒤에 숨은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도심 텃밭 절도 문제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윤리 의식과 공공의 안전망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농작물 한 포기의 가치를 넘어 타인의 노력을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실종된 현상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가 안정 대책과 더불어 생활 밀착형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도시 농업이 주는 치유와 화합의 가치는 영영 사라질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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