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소지죄를 범죄 행위가 지속되는 '계속범'으로 규정하며, 처벌법 시행 전 저장한 영상이라도 시행 후까지 보유했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첫 판결을 내놓았다. 이번 판결로 과거에 제작 및 저장된 불법 영상물이라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삭제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다면 모두 처벌 범위에 포함되게 되었다. 대법원은 영상물에 대한 지배 상태가 유지되는 한 범죄는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엄격한 법리적 잣대를 적용했다.
대법원 3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소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처벌 규정이 신설되기 전 저장한 불법 영상물이라도 법 시행 이후까지 소지 상태를 유지했다면 그 시점의 법률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소지 행위의 시간적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판결로 향후 관련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대학 동기 등 지인과 성명 불상의 여성 얼굴을 합성한 허위영상물 195개를 제작해 자신의 저장 매체에 보관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불법촬영물 113개를 저장해 2024년 12월까지 소지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A씨에게 청소년성보호법상 영리 목적 성착취물 판매 및 배포,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등 다수의 중대 범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소지해 온 영상물에 대해 사후에 신설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정부는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자 2024년 10월 허위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불법촬영물의 경우 이보다 앞선 2020년 5월 이른바 'n번방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소지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강화된 바 있다.
원심인 2심 재판부는 A씨의 일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허위영상물 및 불법촬영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며 하급심 판결에 혼선을 초래했다. 당시 재판부는 처벌 규정 시행 전에 이미 저장이 완료된 영상물에 대해 단순히 보유를 지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불소급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 시행 이후 소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고인이 별도의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무죄 선고의 주요 근거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소지죄의 법적 성격을 '계속범'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소지란 영상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그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법 시행 전 시작된 소지 행위라 하더라도 법 시행 후까지 그 지배 상태가 이어졌다면 이는 시행 이후의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성폭력처벌법 관련 조항에서 말하는 소지란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처벌 규정 시행 이후까지 불법 영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소지 상태 유지를 위한 별도의 행동이 없었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후의 소지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적 지배 상태가 유지되는 한 범죄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권위 있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형벌불소급 원칙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소급 적용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과거의 단순 저장 행위가 법 개정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범죄화되는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디지털 성착취물의 무한 복제와 유포 가능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소지 행위의 본질이 지속성에 있다는 점을 우선시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디지털 성범죄 수사 현장에서 강력한 법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며 수사 동력을 확보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기관은 이제 영상물의 최초 저장 시점이나 다운로드 시점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시민들은 과거에 호기심이나 무지로 저장해 두었던 불법 영상물이 있다면 즉시 삭제하고 처분하여 법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법원은 A씨의 소지 혐의를 나머지 유죄 혐의와 함께 묶어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판결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성범죄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법부가 법 적용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물은 소지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가해 행위라는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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