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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전자 노조 파업 방식에 제동... "반도체 생산 시설 마비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

윤근일 기자
법원, 삼성전자 노조 파업 방식에 제동...
©연합뉴스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파업 방식에 강력한 법적 제약을 가했다. 재판부는 반도체 핵심 공정인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에 평상시와 동일한 인력을 투입할 것을 명령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하루 1억 원의 배상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노사는 현재 정부 중재 하에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나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원지법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사측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안전보호시설 운영과 웨이퍼 변질 방지를 위한 필수 작업은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노조가 이를 어기고 필수 인력을 철수시켜 생산 라인에 타격을 줄 경우 사측에 하루 1억 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강제 이행 명령이 포함되었다.

법원은 반도체 생산 시설의 특수성과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을 이번 판결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반도체 라인이 한 번 손상되면 재가동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결정적인 판단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글로벌 공급망 내 삼성전자의 비중을 고려할 때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국가적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경영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노동권 못지않게 기업의 경영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노사 양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헌 헌법의 '기업이익 균점권'을 언급하며 노동자 측의 권익을 살피는 동시에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경제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노사는 현재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2차 사후조정 절차를 밟으며 파업 전 마지막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협상을 19일까지 진행하여 파업 돌입 전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이번 사후조정 결과가 전체 반도체 업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사 양측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 개선과 영업이익의 재원 명문화 여부에 집중되어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경영 환경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며 법치와 효율 중심의 경영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인용이 노조의 쟁의권 행사에 상당한 법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결정은 노사 분쟁 상황에서도 국가 기간산업의 무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잣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현실화되어 생산 라인이 멈출 경우 발생할 손실이 삼성전자라는 개별 기업의 실적 악화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파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쟁의 수단마저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사 대등의 원칙에 어긋나며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법부는 산업의 연속성과 공공의 이익이 쟁의권의 범위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시장 질서 확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 결과와 노조의 총파업 강행 여부에 따라 중대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정이 결렬되고 노조가 예고대로 21일 파업을 강행할 경우 법원의 가처분 명령 준수 여부를 둘러싼 추가적인 법적 공방과 배상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관계자들은 노사가 극한 대립을 멈추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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