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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출산지원금 신청 기한 지났어도 실질 요건 갖췄다면 지급해야"

음영태 기자
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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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신청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출산지원금 지급을 거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제동을 걸고 실질적 대상자에 대한 구제를 권고했다. 권익위는 출산 장려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를 고려할 때, 복잡한 거주 요건으로 인해 신청 시기를 놓친 시민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출산지원금의 신청 기한이 경과했더라도 실질적인 지원 대상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면 지방정부가 이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결정은 행정의 절차적 편의성보다 정책의 실질적 목적과 수혜자의 권리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익위의 이 같은 판단은 최근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의 운용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12월 A시로 전입한 뒤 이듬해 4월 둘째 자녀를 출산한 시민 B씨의 민원에서 시작되었다. B씨는 2026년 2월경 시청을 찾아 출산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으나, 자격 요건 충족 후 신청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이에 B씨는 지자체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 고충 민원을 제기하며 구제를 요청했다.

A시의 관련 조례에 따르면 출산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출산일 기준 1년 전부터 신청일까지 부모 중 한 명이 해당 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어야 한다. 다만 B씨처럼 출산 당시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거주 기간이 총 1년 6개월을 경과한 시점부터 지원 대상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문제는 이 요건을 충족한 날로부터 반드시 6개월 이내에 지원금을 신청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에서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규정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엄격한 기한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B씨의 경우 거주 기간 요건인 1년 6개월을 채운 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신청을 완료해야 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해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 지자체는 조례상의 문구를 근거로 기한 도과에 따른 부지급 결정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권익위는 B씨가 신청 기한 외의 모든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질적으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여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시민에게 절차적 미비만을 이유로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판단이다. 권익위는 신청인이 출생신고 당시 여러 지원 사업을 동시에 안내받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금의 복잡한 신청 기한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출산 지원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은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지원 대상자임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한이 도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행정기관이 법령을 해석할 때 국민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의 행정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권고의 핵심이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경황이 없는 부모들이 복잡한 거주 기간 계산과 신청 가능 기간을 스스로 추적하여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권익위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이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행정의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외적인 소급 적용이나 기한 연장이 반복될 경우 예산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한을 준수한 다른 시민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행정 규칙의 엄격한 준수가 공정성의 담보가 된다는 보수적인 행정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권익위의 권고는 인구 소멸 위기라는 국가적 난제 속에서 지자체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규정의 문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정책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유연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다른 지자체들도 유사한 사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조례의 신청 기한을 완화하거나 안내 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이번 지급 제안은 단순히 한 개인의 구제를 넘어 전국 지자체의 출산 관련 복지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자체들은 지원금 신청 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주 요건 등 복잡한 자격 검증 절차를 시민 친화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사례는 법치 행정의 틀 안에서도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따뜻한 행정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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