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SK 반도체 87조 '순익 폭발'… LG 배터리·화학은 '적자 충격'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74%와 397%에 달하는 기록적인 순이익 증감률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의 수익 성장을 주도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등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로 전환하며 업종별 실적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반도체의 독주 속에 자동차와 배터리 부문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에 힘입어 전례 없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순이익은 47조 2,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4.32% 급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40조 3,45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97.59%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였다. 두 회사의 순이익 합계는 87조 원을 상회하며 전체 유가증권시장 이익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동반 약진은 지주사 및 투자 전문 회사의 실적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주사인 SK는 순이익 9조 9,062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175.89%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투자 전문 회사인 SK스퀘어는 8조 3,74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419.44%의 높은 증감률을 보이며 그룹 전체의 자산 가치 상승을 증명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계열사 전반의 재무 건전성 강화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에너지와 중공업 분야에서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관측되며 시장의 효율성 중심 개편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조 5,19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6.66%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HD현대는 전년 대비 160.23% 급증한 2조 23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HD한국조선해양도 86.62% 증가한 1조 1,41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각각 8,960억 원과 7,209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정유 업계의 수익성 회복을 알렸다.

반면 지난 수년간 실적 성장을 주도했던 자동차 업계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순이익은 2조 5,8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7% 감소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아 역시 1조 8,30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3.51%의 역성장을 기록해 완성차 업계의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또한 8,830억 원의 순이익에 그쳐 14.41%의 감소세를 보이며 전방 산업의 위축을 반영했다.

이차전지 분야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44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모회사인 LG화학 역시 7,818억 원의 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의 늪에 빠졌고, LG디스플레이는 5,757억 원의 적자를 지속하며 고전했다. 엘앤에프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소재 기업들도 각각 653억 원과 817억 원의 적자를 지속하며 업황 부진의 골이 깊음을 시사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분야에서도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며 시장 질서의 냉혹함을 보여주었다. 하이브는 1,56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고, 한화시스템 역시 957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바이오 분야의 SK바이오사이언스는 361억 원의 적자를 지속했으며, 녹십자홀딩스와 SK케미칼은 각각 295억 원과 26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금리 환경 변화와 투자 위축이 성장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가 산업별 경쟁력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낸 지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수석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는 뚜렷하나 내수와 직결된 자동차 및 신산업 부문의 부진은 향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며 "기업별 수익 구조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법치와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가 실적 상위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편중된 이익 구조가 국내 경제의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대외 변수에 의존한 성장이기에 지속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환율 변동과 국제 유가 추이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점도 실적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 향방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금리 인하 시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의 고점 통과 여부와 이차전지 업계의 수요 회복 시점이 하반기 실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증감률뿐만 아니라 적자 전환 여부와 재무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검토하여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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