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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에 내 정보 쓰지 마라"…개보위, 이용자 통제권 강화 가이드라인 전격 발표

이성경 기자
©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방지하고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확정했다. 이번 가이드는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옵트아웃' 권리와 대화 기록 삭제 설정 기능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 정보 주체의 결정권을 명문화하여 디지털 시장의 법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가이드를 발간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나섰다. 이번 지침은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대두된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 및 학습 과정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다. 위원회는 19일 발표를 통해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직접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했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핵심 동력인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정보 주체의 의사를 존중하는 '옵트아웃' 제도가 이번 가이드의 최우선 순위로 배치되었다. 옵트아웃은 이용자가 자신의 대화 내용이나 입력한 정보가 인공지능 모델의 고도화를 위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이용자가 사후에도 자신의 정보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대화 기록의 저장 및 삭제 설정 기능에 대한 안내는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의 생애주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생성형 AI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대화 로그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이용자는 설정 메뉴를 통해 자신의 대화 기록이 서버에 남지 않도록 조정하거나 이미 저장된 데이터를 즉시 삭제함으로써 잠재적인 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가이드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업체가 준수해야 할 투명성 확보 의무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옵트아웃이나 기록 삭제 기능을 쉽게 찾고 설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이 투영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권고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용자의 신뢰를 얻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반영한 결과다.

기술적 편의성보다 정보 주체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법치주의적 관점은 이번 지침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조로 평가받는다. 무분별한 데이터 확보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던 초기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개인정보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려는 시도다. 위원회 관계자는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직접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공지능 거버넌스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 기준 부합과 국내 산업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 Act) 등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내 가이드라인 마련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직면할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효과를 낸다.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기업들이 명확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화된 가이드라인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데이터 확보를 어렵게 하여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 학습의 양과 질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거부권 행사가 잦아질 경우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계 내부에서는 규제의 강도가 혁신의 속도를 저해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필수적인 사회적 비용이라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데이터 유출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기업의 평판 손실을 고려할 때 선제적인 보호 조치는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이익과 부합한다. 투명한 데이터 관리 체계가 확립될 때 비로소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고도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며 이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향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기술의 진화 속도에 맞춰 지침을 유연하게 보완해 나가는 동시에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시장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이용자들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반드시 개인정보 설정 메뉴를 확인하여 자신의 권리가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편익을 제공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주인은 명백히 국민 개개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가이드 발간은 기술 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인간 중심의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이용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안전하고 혁신적인 인공지능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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