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외국인 이주자가 107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한국의 노동이주 환경에 대해 산업재해와 노동 착취 등 인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와 안전망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업과 제조업 등 이른바 험지로 내몰리는 이주 노동자들의 안전 확보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최근 발간한 '노동이주 경로 국가 프로필: 한국 편'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이주자는 26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107만 명이 실제 경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일본, 11월 말레이시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발간된 국가별 프로필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를 객관적 수치로 증명했다. 정책 결정자와 고용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 목적이다.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는 노동력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가중시켰으며 이는 곧 외국인 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적 확장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이 일본,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국가 경제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국내 이주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광업과 제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한국 산업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다.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비율도 19%를 기록하며 서비스업 전반으로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가 완전히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산업 생태계의 질서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특정활동(E-7), 계절근로자(E-8), 고용허가제(E-9) 등 세분화된 비자 제도를 운용하며 인력난 해소와 시장 효율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주 노동자의 국적 편중 현상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실정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베트남(22%)과 네팔(12%)이 그 뒤를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한국 노동 시장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법이 이주 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높은 산업재해 위험과 노동 착취 문제는 한국 노동 시장의 법치와 신뢰도를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로 꼽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한 필수적인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접근성 제한 역시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IOM 한국대표부 이재호 정책담당관은 "노동이주자는 한국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감소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만큼 이들의 안전과 존엄, 보호에 대한 접근성을 정책 논의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 인권 강화가 곧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됨을 역설했다. 이는 단순한 인도적 차원을 넘어 노동 시장의 질서 확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반론의 시각에서 보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 확대가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내국인 일자리 잠식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급격한 제도 변화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노사 관계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는 보수적 관점의 비판이다. 하지만 숙련된 외국 인력의 유출을 막고 산업 재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보호 체계의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향후 한국 정부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이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단순한 인력 수급 차원을 넘어 사회 통합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신인도 제고와 경제 성장 동력 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결국 외국인 노동력의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계는 IOM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산업 현장의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차별 없는 노동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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