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군 보안 통신 장비를 무단으로 유출하고 사후에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사건의 실체 규명을 방해한 행위의 엄중함을 인정하며 특검팀이 기소한 내란 관련 사건 중 첫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방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면서도 대통령 경호처의 보안 시스템을 기망하여 국가 자산을 사적으로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는 내란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기소한 사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재판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인 2024년 12월 2일 대통령 경호처를 속여 비화폰(보안용 휴대전화)을 수령한 뒤 이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고인은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안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 이른바 '제2수사단'의 수사단장직을 수행하며 해당 비화폰을 사용해 주요 보고와 지시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국가의 엄격한 보안 체계를 무력화시킨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비화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적인 목적이나 비공식적인 계통을 통해 유포한 것은 공무원의 청렴 의무와 법치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군 내 비선 조직의 활동을 지원하려 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거인멸교사 혐의 역시 재판부의 엄중한 질책을 피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24년 12월 5일 자신의 수행비서인 민간인 양모 씨에게 계엄 관련 서류와 자료를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불법성을 은폐하고 사법 기관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한성진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장관 직위를 이용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범행을 저질렀고, 증거인멸 교사 범행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게 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고위 공직자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부하 직원이나 주변 인물에게 범죄 행위를 가담시킨 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국방 수장이 오히려 법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이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이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당초 구형했던 징역 5년보다 낮은 징역 3년이 선고된 배경에는 피고인의 초범 여부와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법정 구속 상태에서 향후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판결은 조 특검 임명 엿새 만인 지난해 6월 19일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내란특검팀은 당시 김 전 장관을 1호 기소 대상자로 선정하며 수사의 속도를 높여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시도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남은 재판에서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고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비화폰 전달이 국가 안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였으며 증거 인멸 지시 역시 통상적인 문서 정리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항변해 왔다. 김 전 장관은 다른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은 상징적이고 경고성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과 노상원 전 사령관 등 관련자들의 재판에도 상당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상계엄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들의 위법성이 사법부에 의해 구체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향후 상급심에서 김 전 장관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계엄 관련 핵심 인물들의 사법 처리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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