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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에너지 안보’ 공조 강화… 비상시 원유·석유제품 상호 융통 추진

음영태 기자
한일, ‘에너지 안보’ 공조 강화… 비상시 원유·석유제품 상호 융통 추진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 원유와 석유제품을 상호 융통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를 위한 중추적 역할 수행을 확인하고, 산업 및 통상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고위급 대화 채널을 신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확정했다. 양국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의 확보가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실질적인 경제 공조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일본 나라현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이루어졌으며,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교차 방문하는 ‘셔틀 외교’의 상징적 의미를 공고히 했다.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 비상시 원유와 석유제품을 상호 융통하는 민관 대화 체계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 외신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양국은 회담 후 발표할 공동 보도자료에 이러한 내용을 명문화하여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의 공동 대응 능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인접국 간의 자원 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 간 정책 소통을 제도화하기 위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사이의 ‘산업·통상 정책 대화’ 채널이 새롭게 신설된다. 해당 채널은 반도체, 핵심 광물, 첨단 기술 협력 등 경제 안보 전반의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상설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양국은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역내 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일한 양국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역내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특히 중동 정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현실을 언급하며 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경제 안보’ 시대에 한일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진전 방안과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졌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를 저해하는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기로 했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며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기로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안동 방문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며, 이는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인적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했을 당시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가 이번 안동 회담으로 이어지며 양국 관계 개선의 동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상 간의 셔틀 외교가 정례화됨에 따라 과거사 갈등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에너지 자원을 외교적 협력의 틀 안에 두는 것에 대해 자원 주권 약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상호 융통의 구체적인 조건과 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또한 급격한 관계 개선 속도에 비해 국내 여론의 수렴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일 관계가 단순한 관계 회복 단계를 지나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에너지 융통 및 정책 대화 신설 건을 조속히 구체화하기 위해 실무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향후 중동 사태 추이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의 경제 안보 공조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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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에너지 안보’ 공조 강화… 비상시 원유·석유제품 상호 융통 추진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