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전·현직 동료 6명을 살해 대상으로 정하고 실제 살인을 저지른 김동환이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단 한 장의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았다. 공군 정보장교 출신인 피고인은 조직 내 비주류로서 겪은 불이익이 동료들의 음해 때문이라는 왜곡된 확신에 사로잡혀 7개월간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별개로 유족 등 56명이 제출한 엄벌 탄원서를 바탕으로 재판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항공사 동료들을 연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동환이 첫 법정 출석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는 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진행 방식과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했다. 수의를 입고 나타난 김씨는 재판장의 질문에 또렷한 목소리로 답변하며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 김동환은 지난 3월 17일 오전 5시 30분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직장동료인 기장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A씨를 살해하기 하루 전에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주거지에서 또 다른 동료 기장 B씨를 습격해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B씨 살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김씨는 즉시 부산으로 이동해 A씨를 상대로 기어코 범행을 완수하는 잔혹성을 보였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 피해자를 양산하기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어졌다. A씨를 살해한 직후 그는 세 번째 목표인 동료 C씨의 주거지를 찾아갔으나 다행히 범행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이후 울산으로 도주한 김씨는 범행 발생 14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으며, 수사 결과 그가 작성한 살생부에는 총 6명의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정보장교 출신인 김씨는 공군사관학교와 파일럿 출신들이 주축이 된 조직 내에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파일럿 출신이 아닌 자신을 동료들이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복수를 계획했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살해 우선순위 4명을 먼저 정한 뒤 범행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2명의 예비 대상까지 선정하는 등 치밀한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김씨가 피해자들의 사적인 동선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 직장동료의 보안 계정 유출이 있었다. 경찰은 김씨에게 사내 운항 스케줄 확인 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40대 전 직장동료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피고인은 퇴사 후에도 이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비행 일정과 주거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범행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 선 김씨는 일반적인 형사재판 피고인들과 달리 재판부에 단 한 건의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으며 범행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국선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과거 보상금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와 전 직장 동료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던 다른 기장들에 대한 사실조회까지 희망하며 재판 과정을 적극적인 자기변호의 장으로 활용하려 했다.
피해자 유족과 동료 기장 등 56명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탄원서에는 김씨의 계획적이고 잔인한 범행으로 인해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유가족이 겪는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 담겼다. 특히 피고인이 범행 후에도 피해자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 엄벌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신청과 관련해 배심원단의 판단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계자는 "담당 재판부가 피고인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의 적절성을 따져 조만간 배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7개월에 걸쳐 살인을 준비하고 실행한 점이 명확한 만큼 법리적으로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피고인 측은 조직 내 갈등과 소외감이 범행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형상의 참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신청한 증인들은 과거 항공사 내부에서 발생했던 분쟁과 피고인이 느꼈던 심리적 압박을 증언할 인물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개인적인 원한이나 피해의식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증인 채택과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살인을 넘어 특정 조직 내의 폐쇄적 문화와 개인의 일탈적 피해의식이 결합해 발생한 사회적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계획범죄 정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될지가 법정 최고형 선고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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