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넷플릭스 760억 세금 전쟁 2라운드 돌입... 687억 취소 판결에 양측 모두 불복 항소

이겨례 기자
넷플릭스 760억 세금 전쟁 2라운드 돌입... 687억 취소 판결에 양측 모두 불복 항소
©연합뉴스

 

넷플릭스코리아에 부과된 762억 원 규모의 법인세 중 90%에 달하는 687억 원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와 세무 당국이 모두 항소하며 법정 공방이 2라운드에 진입했다. 서울행정법원이 넷플릭스가 해외 법인에 지급한 수수료를 저작권 사용료가 아닌 사업 소득으로 판단하며 사실상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주자 과세 당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결과다. 이번 소송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조세 조약 활용과 국내 과세권 범위를 획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코리아와 과세 당국이 760억 원대 법인세 부과 처분을 둘러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시 격돌한다. 세무 당국은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과세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고, 넷플릭스 측 역시 일부 패소 부분에 대해 항소하며 맞불을 놨다. 이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OTT) 기업의 수익 구조를 둘러싼 국내 첫 대규모 세금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21년 국세청이 넷플릭스코리아를 상대로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국세청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액을 해외로 이전하며 세금을 탈루했다고 판단해 800억 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했다. 넷플릭스는 조세심판원을 거쳐 일부 감액된 762억 원의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2023년 11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네덜란드 법인에 지급한 막대한 수수료의 법적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쏠려 있다. 과세 당국은 해당 금원이 국내 전송권 보유에 따른 저작권 사용료이므로 국내에서 원천징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를 단순한 사업 소득으로 보아야 하며, 한·네덜란드 조세 조약에 따라 한국 정부가 과세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지급한 비용이 영상 콘텐츠의 저작권 사용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넷플릭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재판부는 전체 부과액 762억 원 중 약 90%에 해당하는 687억 원의 법인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며 사실상 넷플릭스의 승소를 선언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비용 처리에 있어 사업적 실체를 인정한 판결로 풀이된다.

다만 법원은 넷플릭스의 자체 캐시서버인 OCA(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와 관련된 법인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해 넷플릭스의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OCA는 콘텐츠 전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장치로, 재판부는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국내 과세권이 미친다고 보았다. 넷플릭스가 전체 승소에 가까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 부분에 대한 법리적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법조계와 산업계는 이번 소송이 향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과세 표준을 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 간 조세 조약을 활용한 법인세 절감 전략이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 안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항소심이 디지털 경제 시대의 조세 정의와 국가 경쟁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저작권 사용료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존중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항소심에서는 네덜란드 법인의 실질적 역할과 사업 소득의 구체적 근거를 두고 더욱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1심의 논리가 상급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반영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교묘한 수익 배분을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무 의무를 회피하려 한다는 정서적 반감이 과세 당국의 항소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보다는 철저한 법리에 근거한 과세 논리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항소심 재판은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이 국내 법제도와 조세 조약의 틀 안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세무 당국은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저작권 사용료의 근거를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는 사업 소득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OTT 업체들의 세무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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