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침묵의 의정' 대전시의회 실태… 4년 내내 발언 한 번 없는 '유령 의원' 속출

이겨례 기자
'침묵의 의정' 대전시의회 실태… 4년 내내 발언 한 번 없는 '유령 의원' 속출
©연합뉴스

 

9대 대전시의회 소속 의원 3명이 임기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5분 자유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의원은 시정질문조차 전무해 지방의회 본연의 감시 기능을 완전히 방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정활동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며 지방자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9대 대전시의회 의원 3명이 임기 4년 내내 5분 자유발언을 단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개한 의정활동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이상래, 이중호, 이효성 의원은 임기 중 단 한 차례의 5분 자유발언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는 지방의원이 시민을 대신해 지역 현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로 풀이된다.

5분 자유발언은 지방의회에서 의원이 시정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 중 하나다. 수조 원에 달하는 대전시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갈등과 현안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주민대표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시민 사회는 이러한 침묵이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해야 할 의회의 존재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한다.

집행기관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시정질문에서도 특정 의원들의 부진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상래 의원은 9대 의회 임기 내내 시정질문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입성한 방진영 의원을 제외하면 유일한 사례다. 김영삼, 송인석, 이중호, 이재경 의원 역시 4년 동안 시정질문 횟수가 단 1회에 그쳐 형식적인 의정활동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의원 간 입법 활동의 양극화 현상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되어 의정 역량의 격차를 드러냈다. 정명국 의원이 65건, 이금선 의원이 40건의 조례를 대표 발의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반면 이상래 의원의 발의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입법 실적의 현저한 차이는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과 의정활동 의지에 따라 시민 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9대 대전시의회의 일당 독점 구조가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7월 출범 당시 국민의힘이 전체 22석 중 18석을 차지하며 시작된 의회는 임기 중반 이후 20석으로 세력이 더욱 확대됐다. 특정 정당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집행기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거세되기보다는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회 스스로 감시 범위를 축소하며 행정부 견제 권한을 내려놓은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시의회는 2023년 9월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의 예산 기준을 기존 5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조치는 결과적으로 인사 검증의 문턱을 높이고 시의회의 감시망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여 행정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약화시켰다.

실제로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인사청문간담회 등 주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졸속 진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의회는 충분한 검증 절차와 자료 검토 없이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는 지방의회가 시장의 인사권을 엄격히 견제하기보다는 집행부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발언 횟수나 발의 건수와 같은 정량적 지표만으로 의정활동 전체의 질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의원의 활동은 본회의장 발언 외에도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현장 방문,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적 기록으로 남는 의정 데이터가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의원을 평가하는 유일한 객관적 지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전참여연대는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의회의 본질적인 기능 회복과 의원들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명국 의원은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장 임명권을 시장에게 부여하는 조례안을 발의해 감시 권한을 집행기관에 넘기려다 시민 반발로 계류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가오는 10대 의회는 집행기관 정책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의회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원들의 세부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차기 선거의 핵심 평가 지표로 삼는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필수적이다. 의회가 집행부의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엄격한 감시자로 거듭날 때 비로소 지방자치의 실효성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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