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승연의 '미래 가치' 승부수, 서울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 닻 올렸다

이성경 기자
김승연의 '미래 가치' 승부수, 서울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 닻 올렸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이 세계적 현대미술관인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세 번째 국제 거점을 서울에 유치하며 그룹의 메세나 경영 철학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자리 잡은 '퐁피두센터 한화'는 단순한 예술 후원을 넘어 문화예술을 그룹의 미래 핵심 가치로 육성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번 개관은 한불 수교 140주년과 맞물려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문화재단은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식을 개최하고 글로벌 문화 거점으로서의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 서울 분관은 스페인 말라가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성된 퐁피두센터의 해외 거점이라는 점에서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수준 높은 현대미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개관식에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국내외 정·재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프랑스 측에서는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와 로랑 르봉 퐁피두센터장이 참석했으며, 국내에서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63빌딩 내 마련된 전시 공간을 둘러보며 세계적 거장의 작품들이 서울에 안착한 것을 축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김동원 사장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확고한 경영 철학과 미래 비전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한화는 문화예술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미래 가치의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며 예술이 지닌 무형의 가치가 기업 경영의 본질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그려야 하고 그 가능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믿음이 이번 센터 개관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 참석한 김동원 사장은 파블로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과 마리 로랑생의 '아폴리네르와 그의 친구들' 등 입체주의의 정수를 담은 주요 작품들을 직접 살피며 전시의 질적 수준을 점검했다. 김 사장은 전시 관람 도중 현장에 자리한 신진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는 등 그룹 차원의 인재 육성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향후 입체주의 명작뿐만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관통하는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개관이 갖는 외교적, 문화적 상징성에 주목하며 민간 기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김 관장은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불 수교 140주년에 맞춘 개관이라 더 뜻깊다"며 "양국 문화예술의 교류와 동반성장에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문화 외교를 민간 기업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며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개관식의 대미는 김동원 사장과 주요 외빈들이 함께 참여한 점등식이 장식하며 새로운 문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참석자들은 퐁피두센터 한화의 건축물 모형 조명 오브제에 마지막 퍼즐을 채워 넣는 퍼포먼스를 통해 협력과 완성을 상징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화문화재단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 공간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외 유명 미술관 브랜드의 도입이 국내 자생적 예술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견지한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해외 브랜드의 확장이 국내 미술 시장의 종속성을 심화하거나 지역 예술가들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 측은 이번 센터가 단순히 해외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작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을 돕는 복합 문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상생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다음 달 4일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정식으로 공개되며 서울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기능하게 된다. 향후 이 공간은 현대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과 예술 체험 공간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인프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갈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퐁피두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 미술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메세나 경영의 모범 사례를 정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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