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거주하는 사할린동포 2·3세 후손 64명이 정부 초청으로 모국 땅을 밟는다. 이번 방문은 코로나19와 전쟁 등으로 중단됐던 초청 사업이 재외동포청 개청 이후 본격화된 결과이며, 특히 지난 3월 특별법 개정으로 지원 대상이 확대된 이후 이뤄지는 첫 대규모 방한이다. 정부는 1세대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후손들이 모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재외동포청은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에 거주 중인 사할린동포 후손 64명이 19일부터 순차적으로 방한하여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고 밝혔다. 이번 초청 대상자는 한국에 영주 귀국하여 정착한 부모나 조부모를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후손 40명과 1세대의 사망으로 그간 영주귀국 대상에서 제외됐던 2세 24명이다. 이는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으로 점철된 사할린동포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매듭짓기 위한 인도적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할린동포 후손의 모국 방문 사업은 지난 2019년 이후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약 5년간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동포들의 이동권이 심각하게 제약받은 탓이다. 재외동포청은 2024년 개청 이후 이들의 모국 방문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행정적 역량을 집중하여 5년 만의 사업 재개를 이끌어냈다.
방문단은 한국에 머무는 7일에서 30일 동안 단순한 관광을 넘어 가족과의 재회와 한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한 일정을 소화한다. 영주 귀국한 가족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하여 오랜 이별의 아픔을 달래는 한편, 경복궁과 수원 화성 행궁 등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를 시찰한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방문을 통해서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방문이 과거와 다른 점은 올해 3월 시행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존 법안은 사할린동포 1세대가 생존해 있는 경우에만 그 가족을 지원 대상으로 한정하여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 개정을 통해 1세대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그 후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모국을 찾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지원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이번 사업의 취지에 대해 국가의 무한 책임을 강조하며 정책적 의지를 피력했다. 김 청장은 "사할린동포 문제는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남긴 과제"라며 "앞으로도 1세대와 그 후손들이 모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사할린동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행정적 비용 증가와 예산 운용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특정 지역 동포들에게 집중되는 예산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민족 공동체의 외연 확장과 역사적 부채 의식 해소라는 공익적 가치가 이러한 비용 논리를 압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는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사할린동포 후손들을 위한 영주귀국 및 정착 지원 사업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향후에는 방문 기간 연장이나 정착 지원금 현실화 등 후속 조치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할린동포 2·3세들이 모국과의 연결고리를 견고히 유지하는 것은 해외 인적 자산 확보 측면에서도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이번에 방한한 후손들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모국에서의 생활을 경험한 뒤 거주국으로 돌아가 한인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재외동포청은 이들이 현지에서 모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역사적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할린동포 사회가 대한민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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