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이란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상호 융통하는 '에너지 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민관 협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3월 체결된 공급망 파트너십을 실질적인 자원 공유 단계로 격상시킨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양측은 원유와 석유 제품, LNG의 상호 공급을 보장하는 스와프 거래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 공유 채널을 심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양국이 시장의 불확실성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은 지난 3월 체결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파트너십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민관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자원 융통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제 정세 안정과 관련해 양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각자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동 사태의 진정을 위해 한국과 진솔한 의견을 나눴으며 태평양 지역의 평화 유지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물류의 핵심 통로인 중동 지역의 안정이 양국 제조 및 물류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에너지 협력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민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추진될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원유와 석유 제품 및 LNG의 상호 융통을 포함한 에너지 안보 강화 협력을 시작하기로 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양국은 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바탕으로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며 시장 교란 요인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 간의 긴밀한 연계와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 구상을 설명하며 일본 측의 이해를 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에 있어 한일 간의 공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을 통해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 조세이 탄광에서 발굴된 유해의 DNA 감정이 시작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양국 협력의 상징적인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이번 안동 회담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일본 나라현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7개월 사이 네 차례 정상이 만나는 등 셔틀외교의 완전한 정착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셔틀외교의 정착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정상 간 소통이 제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한 것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두터운 우정과 유대를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셔틀외교를 실천한 것에 기쁨을 표하며 차기 회담은 일본의 온천 등 아름다운 지역에서 개최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협력이 실제 시장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간 자원 스와프는 비상시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나 근본적인 국제 유가 변동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사 문제에서의 실질적 진전 없이 경제 협력에만 치중할 경우 국내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의의에 대해 "양국 산업 부처가 원유와 석유제품의 스와프 및 상호공급과 관련된 민관 대화를 장려하기로 한 것은 에너지 안보의 실질적 강화"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자원 빈국인 양국이 생존을 위해 경제적 실리를 선택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는 법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향후 양국은 실무 협의체를 통해 에너지 스와프의 세부 조건과 시기를 조율하며 공급망 파트너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셔틀외교가 정례화됨에 따라 정상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제 및 안보 공조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안보를 매개로 한 한일 협력 체제는 당분간 동북아시아와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 사항을 신속히 이행하기 위해 부처 간 소통 채널을 상시 가동하기로 했다.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일 간의 자원 융통이 실질적인 수급 안정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간 기업들 역시 정부의 협력 기조에 발맞춰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한 네트워크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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