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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만찬이 불러온 '안동 특수'… 찜닭 골목부터 숙박업계까지 지역 상권 활기

김영 기자
한일정상회담 만찬이 불러온 '안동 특수'… 찜닭 골목부터 숙박업계까지 지역 상권 활기
©연합뉴스

 

경북 안동 지역 상권이 한일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안동 대표 음식들이 채택된 이후 유례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안동구시장 찜닭 골목은 평일임에도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으며, 주요 호텔과 한옥 숙소는 주말 예약이 매진되는 등 이른바 '정상회담 특수'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안동찜닭의 원형인 조선시대 닭요리 '전계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급증하며 지역 음식 문화 전반으로 낙수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한일정상회담 만찬 메뉴가 공개된 이후 경북 안동 도심 상권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정상회담 당일인 19일 저녁 안동구시장 찜닭 골목은 평일이라는 시점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골목 초입부터 퍼지는 찜닭 냄새와 함께 식당마다 메뉴판을 살피거나 시장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목격되었다. 배달 주문 역시 폭주하면서 골목 안팎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지역 상인들은 이번 회담이 침체되었던 골목 상권을 살리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회담 하루 전인 지난 18일 저녁 이재명 대통령이 수행단과 함께 방문한 식당은 시민들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해당 식당을 찾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와 주문한 메뉴를 묻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이 방문한 '행복찜닭'의 강현주 사장은 "대통령과 수행단 40여 명이 방문해 식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상인들 사이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안동찜닭의 역사적 뿌리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은 관련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는 안동찜닭의 원형으로 알려진 '전계아(煎鷄兒)'를 비롯해 안동 한우 갈비구이, 안동소주, 태사주 등이 상에 올랐다. 전계아는 닭고기를 참기름에 지진 뒤 간장과 청주, 꿀 등을 넣어 졸여내는 방식으로 조리되는 조선시대 전통 요리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평가받는 보물 '수운잡방(需雲雜方)'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수운잡방은 탁청정 김유와 계암 김령이 저술한 문헌으로 현재 광산김씨 설월당 종가에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전계아는 과거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만 내놓던 특별한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상징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안동찜닭 특유의 간장 소스 조리법이 바로 이 전계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찜닭 골목을 찾는 방문객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안동구시장의 한 상인은 "정상회담 이후 손님들이 전통주나 찜닭의 원조 이야기를 먼저 묻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일부 관광객은 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안동 음식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정에 안동 방문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맛본 황남빵의 매출이 급증했던 사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 사회는 안동의 전통 음식 문화가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숙박업계 역시 정상회담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며 예약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안동 시내 호텔은 이번 주말 객실 예약이 전석 매진되었다. 하회마을 인근의 한옥 숙소와 게스트하우스에도 숙박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안동시 옥동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업주는 "정상회담 이후 안동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려는 관광객과 외국인 예약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권 활성화는 지난해 대형 재난으로 고통받았던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북부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 이후 안동의 관광 경기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였다. 상인들은 산불 이후 끊겼던 발길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절실한 기대를 드러냈다. 안동 시민 이모 씨는 "지난해 산불 이후 상인들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회담이 안동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상회담 특수'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일시적인 관심이 지속적인 방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격 안정과 서비스 품질 유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외교적 이벤트로 확보한 인지도를 지역 고유의 관광 인프라 강화로 연결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기계적 중립성 차원에서 볼 때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불친절 등 고질적인 관광지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향후 안동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전통 음식과 문화 유산을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전계아와 안동소주 등 만찬 메뉴를 중심으로 한 '정상회담 코스' 개발 등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침체되었던 지역 경제가 외교 무대를 통해 반등의 전기를 마련한 만큼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안동시와 상인들의 공통된 과제로 남았다. 안동의 음식 문화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국가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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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만찬이 불러온 '안동 특수'… 찜닭 골목부터 숙박업계까지 지역 상권 활기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