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 종료를 앞두고 고위 간부의 직원 고소와 위원장 사퇴 등 심각한 내홍에 직면했다.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국가적 진상 규명 활동의 무력화와 행정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법치 확립이라는 공공 기구의 본질적 과제를 다시금 환기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내부에서 고위 간부가 하급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조직 운영의 무결성이 훼손되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한상미 이태원 특조위 진상규명조사국장이 자신을 상대로 고충 민원을 제기한 직원을 무고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접수된 고소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직원의 행위가 형사 처벌 대상인 무고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규명해야 할 기구가 내부 구성원 간의 법적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고소 사건의 발단은 조직 내부에 접수된 부당 지시 및 괴롭힘 관련 고충 민원에서 시작되었다. 해당 직원은 한 국장의 업무 지시가 정상적인 진상 조사 절차를 벗어난 부당한 압력이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내부 구제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한 국장은 고소장을 통해 해당 민원의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공공 조직 내에서의 질서 문란 행위를 법적 절차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강경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조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단순한 업무상 마찰이 아닌 조직 내 주도권 다툼에 있다고 진단한다. 해당 직원은 한 국장의 최근 지시 사항들이 진상 규명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보다는 조직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기구 내부에서 조사 대상이 아닌 동료와 상사를 향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도출될 조사 결과에 대해 시장과 국민이 얼마나 신뢰를 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직의 수장인 송기춘 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한 점은 특조위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송 전 위원장은 지난 5월 8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는 조직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수장의 공백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약화를 초래했고, 이는 결국 고위 간부와 직원 간의 정면충돌을 막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내홍은 특조위가 가진 조사 기구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조위는 현재 한 국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하여 별도의 내부 감사를 진행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부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겠지만,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사법 기관의 판단이 조직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무고 여부가 가려지기 전까지 조직 내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공 자원이 투입된 기구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소모적 논쟁은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심각한 손실이다.
이태원 특조위 안팎에서는 잇단 내부 잡음이 진상 규명 활동의 동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특별기구에서 내부 권력 다툼과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조사 결과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들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시점에 조직 내부 단속조차 되지 않는 모습은 기구의 존립 근거를 약화시킨다. 이는 결국 참사 유가족과 사회적 합의를 기대했던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내부 폭로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고충 민원이 조직의 효율성을 해치는 행위라면, 법적 대응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조직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넘어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보는 관점도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역시 조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적 제약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기 쉽다.
2024년 9월 야심 차게 출범한 특조위의 공식 조사 기간은 오는 9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이제 남은 기간은 4개월 남짓에 불과하지만, 핵심 인력들이 고소와 수사, 감사에 휘말리면서 물리적인 조사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간 연장 논의가 나올 수도 있으나, 현재와 같은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인다면 명분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공 기구가 내부 갈등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는 특조위의 남은 조사 일정과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직원의 민원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조직 내 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며, 반대로 국장의 부당 지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사 기구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특조위가 당초 목표했던 참사의 구조적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이번 내홍은 공공 조사 기구가 갖추어야 할 내부 통제와 윤리 의식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사안을 다루는 조직일수록 구성원 개개인의 법적, 도덕적 무결성이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남은 기간 특조위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사태 해결만이 국가 기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