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지원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한미 정상 간 합의가 실무그룹 출범을 통해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진입한다.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향후 수주 내로 범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여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도출한 안보·통상 합의안의 세부 실행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는 지연되던 양국 전략 과제들이 마침내 구체적인 행동 계획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핵심 안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고위급 실무 협의체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합의하며 동맹의 질적 도약을 예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각 부처 대표단이 참여하는 양자 실무그룹을 가동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마련된 양국 공동 팩트시트의 내용을 실질적인 정부 정책으로 이식하는 과정이다.
양국이 추진하는 안보 협력의 핵심은 한국의 독자적인 해상 전력 강화와 원자력 주권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의 기술적·정치적 협력과 더불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이번 실무그룹의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간 국내외 외교가에서는 해당 합의의 이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이번 후커 차관의 방한 결정으로 이행 동력이 다시 확보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지탱하는 변하지 않는 핵심축임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전역의 평화·안보의 핵심축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을 포함해 한국 방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외교 차관은 한반도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한 공조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수로에서의 항행 자유 보장이 세계 경제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글로벌 해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으로, 향후 관련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제 및 산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무역 파트너십의 지속적인 진전과 시장 장벽 해소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후커 차관은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시장 접근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의 신속한 해소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보 분야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대가로 통상 분야에서의 실리를 챙기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상호주의적 동맹관'이 반영된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요구가 국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한미 FTA 정신을 넘어서는 과도한 시장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라는 명분이 자칫 자국 우선주의 정책의 연장선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출범할 실무그룹의 협상력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후커 차관과의 회담에 이어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이번 방미 성과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현지 특파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실무그룹의 운영 방향과 핵추진 잠수함 협력의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고위급 채널 가동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기술과 자원,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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