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용 자산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러한 거래가 성사될 경우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의 안보 가치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식 협상술이 역내 질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 여부를 미중 관계의 전략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협상칩이라고 언급하며 동맹의 안보를 희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노선인 가치 중심의 동맹 체제를 시장 논리에 기반한 거래 관계로 격하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개최된 포토맥포럼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파급력을 상세히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하지 않는 결단을 내린다면 이는 대만 한 국가의 문제를 넘어 역내 모든 동맹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자국의 국방 전략을 수립해 왔다. 차 석좌는 "호주, 필리핀, 일본, 한국 등 모든 동맹이 그가 대만을 버리면 우리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의 안보 공약 불신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근간을 흔드는 동시에 동맹국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깊은 입장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전략적 진전이나 국면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림으로써 중국을 압박했으나 실질적인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중 관계가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9월 24일 미국 방문에 합의하며 대화의 끈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미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우려하던 동맹국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는 미중 양국이 당분간은 관계 안정화를 꾀하며 관리 모드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양국 관계의 일시적 안정은 작년 10월 30일 한국 김해공항에서 이뤄진 전격적인 합의에 기인한다. 당시 미중 정상은 상대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 등 징벌적 조치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약속하며 무역 전쟁의 휴전을 선언했다. 이 휴전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9월에 다시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미중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 과제는 미중 관계의 변동성 외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복합적인 고차방정식에 직면해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앙아시아 노선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중앙아시아에서 조달하는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흑해 경로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한 상태에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차 석좌 역시 한국이 원유 수입 경로의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대러 관계 개선은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 지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북러 밀착 관계를 약화하기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외교적 접점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냉각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대북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고 역내 긴장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에는 상당한 비용과 결단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 대가로 한국의 대(對)폴란드 무기 수출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인 군사 지원으로 간주하고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이는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전략과 안보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실제 정책 집행보다는 중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발동된 것일 뿐 미국의 전략적 가치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 자체가 동맹국들에 주는 심리적 타격과 안보 불확실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향후 한국 외교는 미중 간의 거래적 접근과 러시아의 요구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안보와 방위산업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9월 미중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