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항의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국내 플랫폼 웨이브가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표현을 일부 시정했다. 왕의 즉위식에서 중국 황제국 질서를 따르는 ‘천세’ 표현과 복식을 사용한 것이 한국의 자주적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드라마 속 역사 왜곡 연출에 대해 자막과 음성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20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문제 장면이 일부 시정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자주적 역사 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글로벌 플랫폼의 운영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논란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왕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왕을 향해 ‘천세(千歲)’를 외치고 국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한 연출에서 비롯되었다. ‘천세’는 과거 중국 황제 아래의 제후국에서 사용하던 표현으로, 한국사를 중국 황제국 질서 하의 속국으로 오인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구류면류관 역시 아홉 줄의 구슬 장식이 달린 관으로, 이는 황제가 아닌 제후의 복식에 해당하여 국가 상징체계의 고증 오류로 비판받았다.
반크는 해당 표현이 다국어 자막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될 경우 한국의 독자적인 역사가 왜곡된 채 정착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여 시정 캠페인을 전개했다. 디즈니플러스와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를 대상으로 항의 서한을 발송하고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 결과 디즈니플러스는 일본어 자막 등에서 ‘천세’ 표현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며 역사적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시정 조치는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되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디즈니플러스 측은 일본어 자막에서는 해당 표현을 삭제했으나, 일본어 음성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천세’라는 대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반크는 자막과 음성이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한 수정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완전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인 웨이브는 콘텐츠 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웨이브 측은 반크에 보낸 답변에서 관련 부서 및 콘텐츠 공급사를 통해 검토를 마쳤으며 현재 수정된 영상으로 서비스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플랫폼사가 콘텐츠의 역사적 무결성에 대해 책무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사후 관리에 나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작진과 플랫폼의 엄중한 책임 의식을 촉구했다. 박 단장은 "드라마 속 한 장면과 자막 하나가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실제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콘텐츠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된 만큼 고증 오류가 국가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일각에서는 창작의 자유와 제작 환경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동시다발적으로 송출되는 글로벌 OTT의 특성상 기술적인 수정 과정에 상당한 시일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역사적 사실의 경우 창작의 영역을 넘어선 공적 가치의 문제라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다. 반크는 과거 넷플릭스 드라마 ‘하백의 신부’ 프랑스어 자막과 영화 ‘사냥의 시간’ 독일어 자막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사례를 찾아내 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 관련 콘텐츠를 배급하면서도 기본적인 지리적, 역사적 사실 확인에는 소홀했음을 방증한다.
제작 현장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문적인 고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드라마 ‘대군부인’의 감독과 작가가 고증 부족을 인정하며 사과했으나, 사후 약방문식 대응보다는 기획 단계부터 역사 전문가의 자문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 시도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문화 콘텐츠가 왜곡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콘텐츠 검수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각국의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은 정확한 정보 전달은 플랫폼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학계 역시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왜곡된 정보가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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