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유가 여파에 국내 전기차 판매 140% 폭증... 테슬라·BYD 내수 시장 잠식 가속

정휘 기자
고유가 여파에 국내 전기차 판매 140% 폭증... 테슬라·BYD 내수 시장 잠식 가속
©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40% 가까이 폭증하며 친환경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테슬라가 내수 판매 3위에 오르고 중국 BYD가 8위로 도약하는 등 수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체 자동차 수출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폭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3만 8,927대로 작년 동월 대비 139.7% 증가하며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전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5만 1,693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0.7%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전기차 중심의 급격한 지각변동이 관측되었다.

전기차의 압도적인 성장과 대조적으로 그간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어온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세는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5만 872대에 머무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하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고유가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유지비 효율이 극대화된 순수 전기차로 대거 이동하면서 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틈타 국내 안방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기아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판매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수입차의 자존심을 세웠다. 중국의 전기차 거인 비야디(BYD) 역시 지난해 4월 543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을 1,664대까지 끌어올리며 판매 순위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개별 모델별 판매 순위에서는 기아 쏘렌토가 1만 2,078대로 1위를 수성한 가운데 테슬라 모델Y가 9,328대로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현대차 그랜저(6,622대)와 쏘나타(5,754대), 아반떼(5,475대) 등 전통의 강자들이 상위권에 포진했으나 전기차 단일 모델인 모델Y의 공세에 밀려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수입 전기차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점유율 방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자동차 요일제 시행 등 정책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과 보조금 정책 등이 시장 안착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변동성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대안으로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내수 시장의 열기와 달리 수출 전선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자동차 수출액은 61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도 24만 4,99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0.8% 줄어드는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타격을 입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수입차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고전이 두드러졌다. 대미 수출액은 27억 4,000만 달러로 5.3% 감소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8억 3,000만 달러에 그쳐 13.1%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아시아와 중동 지역은 각각 31.7%, 38.7%씩 급감하며 대외 무역 환경의 냉혹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신흥 시장인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며 희망을 보였다. 중남미 수출액은 2억 9,000만 달러로 23.7% 증가했으며 오세아니아 역시 3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일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수출 여건 속에서도 친환경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달 친환경차 수출은 9만 508대로 작년 동월 대비 22.8% 늘어나며 전체 수출 실적의 하락 폭을 방어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가 5만 8,046대로 24.5% 증가하며 전체 친환경차 수출의 64%를 차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전기차 수출 또한 3만 198대를 기록하며 42.6%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기록해 친환경차 중심의 수출 구조 재편을 가속화했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수출은 2,259대에 그치며 61.7% 급감하는 등 차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급증에 따른 충전 인프라 과부하와 화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성급한 시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자동차 시장은 고유가 지속 여부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친환경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 지원과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여 위기 돌파에 나설 방침이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경제성을 고려하되 각 브랜드의 서비스 네트워크와 중고차 가치 등 제반 조건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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