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고(故) 김창열 화백의 평창동 자택을 공공미술공간으로 조성하고 오는 29일부터 개관 기념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 별세 전까지 30여 년간 창작에 몰두했던 국내 유일의 작업실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2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는 평창7길 74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개관을 기념하여 오는 29일부터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 전시를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물방울 화가'로 칭송받는 김창열 화백이 생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공간을 공공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킨 결과물이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내밀한 창작 환경 속에서 그의 예술적 철학이 투영된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의 예술 여정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한지 작업'을 핵심 주제로 설정하여 기획되었다. 평창동 작업실은 높은 층고와 풍부한 채광을 갖추어 대형 회화와 섬세한 종이 작업을 병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이러한 공간적 특수성과 작가의 작업 방식이 어떻게 결합하여 예술적 성취를 이루었는지에 주목한다.
전시되는 작품군은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작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회화 19점, 판화 4점, 드로잉 1점 등 총 24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김 화백의 대표 연작으로 꼽히는 '물방울'과 '회귀' 시리즈의 완성작은 물론, 그 과정체계를 엿볼 수 있는 밑작업물들이 함께 공개되어 사료적 가치를 더한다. 종이 판화 작품들 역시 이번 전시의 주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공간 구성은 작가의 삶과 예술이 공존했던 흔적을 보존하는 데 역점을 두어 설계되었다. 건물의 1층은 전문적인 기획전시실로 운영되며, 기존에 가족들의 생활 공간이었던 2층은 관람객을 위한 매표소와 카페로 용도를 변경하였다. 지하 작업실은 김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여 거장의 창작 열기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이 시설의 탄생은 생전 자신의 작업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작가의 숭고한 뜻에서 비롯되었다. 종로구는 작가 별세 이후 유족과의 긴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택 매입 절차를 거쳐 이곳을 공공의 자산으로 확보하였다. 개인의 창작 공간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자산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종로구 관계자는 "높은 층고와 풍부한 일조량을 갖춘 이 작업실은 대형 회화 작품과 한지 작업을 하기에 적합했던 최적의 예술적 산실이다"라고 설명하며 공간의 가치를 강조했다. 미술계 전문가들 역시 거장의 실제 작업 환경이 보존된 채로 전시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높은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감은 일반 미술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예술적 감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주택가 내 위치한 공공시설의 특성상 향후 관람객 증가에 따른 소음 문제나 주차 공간 부족 등 관리 효율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로구는 철저한 운영 관리를 통해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공미술공간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밀한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 개관식은 오는 28일 오후 3시 30분 유족과 미술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될 예정이다. 일반 관람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평창동 예술인 마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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