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씨에 대해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시세조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됐던 라 씨는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인 CFD가 실제 상장증권의 가격 형성에 개입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확립했다.
대법원 3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 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 원, 추징금 1,816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2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했던 CFD 계좌를 통한 주문을 시세조종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재해석이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거래라 하더라도 그것이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지되는 시세조종은 원칙적으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에 한정된다는 것이 기존의 해석이었다. 원심인 2심 재판부는 CFD가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통한 거래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형식적 논리를 배격하고 실질적인 시장 영향력에 주목하여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상장증권의 매매가 상당한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파생상품 주문이 증권사를 거쳐 실제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이어졌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피고인들의 주문이 상장증권에 대한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연결된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금융 기법의 고도화를 악용해 법망을 피하려던 주가조작 세력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는 2023년 4월 24일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은 사건이다. 당시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하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라 씨 일당은 2019년 5월부터 4년여간 매수와 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거래하는 통정매매 방식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챙긴 부당이익은 총 7,377억 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 주가조작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라 씨 등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일임받아 운용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 원을 가로챘다. 또한 이들은 수수료 수익을 차명계좌에 은닉하거나 법인 매출로 가장하는 등 치밀한 범죄수익 은닉 수법을 사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1심과 2심의 판단은 라 씨의 형량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1심 재판부는 라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원, 추징금 1,945억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시세조종 인정 범위를 1심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며 징역 8년으로 형량을 대폭 감경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CFD 거래가 자본시장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은 시장 질서를 교란한 주범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이라는 비판과 함께 법 집행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대법원이 CFD를 활용한 시세조종의 가벌성을 인정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의 형량 재산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장외파생상품의 특성상 직접적인 시세조종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술적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차액만을 결제하는 방식이기에 상장증권 매매와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금융 상품의 복합적 구조를 이용한 지능형 범죄를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파생상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금융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법 해석 또한 시장의 실질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처벌받는다는 원칙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CFD 관련 혐의가 유죄로 병합될 예정이다. 유죄 인정 범위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2심의 징역 8년은 다시 1심의 징역 25년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형태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거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고도화된 주가조작 수법에 대한 모니터링과 수사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세조종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법부의 엄정한 잣대가 지속되어야 할 시점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