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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SG발 폭락' 라덕연 CFD 시세조종 유죄 인정... 징역 8년 원심 파기환송

이겨례 기자
대법원, 'SG발 폭락' 라덕연 CFD 시세조종 유죄 인정... 징역 8년 원심 파기환송
©연합뉴스

 

대법원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의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이 실제 주식시장의 통정매매로 연결되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됐던 라씨의 형량은 다시 무거워질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라덕연 대표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 원, 추징금 1,816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전문 투자자용 상품인 CFD를 활용한 거래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상장증권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법리적 재해석이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인 CFD 주문이 결과적으로 거래소 내 상장증권 매매로 이어졌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는 지난 2023년 4월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갑작스럽게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라씨 일당은 2019년 5월부터 4년간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거래하는 통정매매 수법을 동원해 이들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이 과정에서 챙긴 부당이익은 7,377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국내 주가조작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라씨 일당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며 약 1,944억 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당 수수료를 차명계좌에 은닉하거나 법인 매출로 가장하는 등 치밀한 범죄 수익 은닉 수법을 사용했다. 검찰은 이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사법부의 판단은 심급마다 엇갈리며 법리적 쟁점을 형성했다. 작년 2월 1심 재판부는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원, 추징금 1,945억 원을 선고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2심 재판부는 라씨의 시세조종 혐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며 형량을 징역 8년으로 크게 낮췄다. 당시 2심은 CFD가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금지 대상인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의 법리 해석이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이 상당한 비율로 실제 상장증권 매매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특히 시가총액이 낮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의 경우 CFD 주문이 증권사의 헤지 매매를 유도하여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문제의 종목들에 대한 통정매매를 위해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 등에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한 행위는 실질적인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파생상품을 이용한 변칙적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외 거래 형식을 빌렸더라도 그 실질이 장내 시장의 가격 형성을 왜곡했다면 사법적 단죄를 피할 수 없음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CFD 거래의 특성상 주문 주체와 실제 매매 주체가 분리되어 있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일부 계좌가 라씨 조직에 실질적으로 위임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범죄의 전체적인 구조와 피고인들의 주관적 의도를 종합해 볼 때 시세조종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기계적 중립성보다 시장 정의 구현에 무게를 뒀다.

이번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취지를 바탕으로 라씨의 유죄 범위를 다시 산정하게 된다. 시세조종 혐의가 추가로 인정됨에 따라 형량은 1심 수준으로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라씨와 함께 기형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했던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 등도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본시장 내 파생상품 규제와 감시 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CFD를 비롯한 장외파생상품이 주가조작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시장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되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처벌이 뒤따른다는 시장 질서의 원칙을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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