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나무호 피격 사건을 두고 격돌한 가운데, 정부는 조사 미비를 이유로 공격 주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여당은 에너지 안보와 국익을 우선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으나, 야당은 사건 발생 보름째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강력히 비판하며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나무호 피격 사건의 배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현안 질의를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와 정부의 대응 적절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조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정 국가나 부대를 지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분쟁 지역에서의 돌발 변수가 국가 경제와 에너지 수급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신중한 기조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 외교 원칙에 부합한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재강 의원은 강대국들조차 충분한 증거 없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판단이 옳았음을 주장했다. 특히 전체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성급한 대응은 곧 안보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영배 의원 역시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정부가 적절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역시 여당의 논리에 궤를 같이하며 철저한 조사 이후의 대응을 예고했다. 조현 장관은 "나무호 피격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요소를 꼼꼼히 따져가며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란 또는 특정 세력을 공격 주체로 결론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이는 명확한 물증 없이 특정국을 압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결례와 경제적 보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먼저 확정 짓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건 발생 후 보름이 지나도록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정보 역량과 대응 속도를 문제 삼았다. 김건 의원은 피격 추정 사태 직후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박이 침몰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 공백이자 무능의 소치라는 비판이다. 배현진 의원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이 국민적 조롱을 사고 있다며, 이란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안 유무를 따져 물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나무호 사건 외에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둘러싼 이념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김기웅 의원은 올해 통일백서에 수록된 '평화적 두 국가론'이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특수 관계로 규정한 기존의 합의를 정부가 임의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가로 정식 승인한 것은 아니나 국가성을 인정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하며, 의원 측의 질의가 오히려 국민적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신중론은 자칫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선박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서 조사 결과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이 자칫 외교적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나무호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동북아와 중동을 잇는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정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제법에 의거한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의 시각 차가 극명해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가 국내 유가 및 물가에 미칠 파급 효과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수호해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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