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권경애 변호사 불출석 패소 사건 증인 신문 쟁점 부상과 사법부의 법리 검토

이겨례 기자
권경애 변호사 불출석 패소 사건 증인 신문 쟁점 부상과 사법부의 법리 검토
©연합뉴스

 

재판 불출석으로 학교폭력 피해 유족의 항소권을 상실시킨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유족 측이 법정 증인 신문을 공식 요청하며 사법부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했다. 서울고법은 민사소송법상 항소 취하 간주의 효력을 우선시하여 증인 채택을 보류했으나, 선고 전까지 추가적인 법리 검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대리인의 과실로 인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침해와 법치주의적 절차 준수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8-2부는 고(故) 박주원 양의 유족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의 속행 변론 기일을 열고 유족 측의 증인 신문 신청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재판은 대리인이었던 권경애 변호사가 변론 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함에 따라 사실상 항소가 취하된 상태였으나, 유족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례적으로 변론 기일이 다시 지정되었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불출석의 구체적 경위와 고의성 여부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사소송법 제268조에 따르면 재판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여 해당 심급의 재판 절차를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22년 항소심 과정에서 세 차례나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던 유족 측은 항소심 패소와 함께 판결이 확정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특히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5개월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아 상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날 재판에서 권 변호사의 불출석 행위가 단순한 과실을 넘어선 고의적 의도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만약 대리인이 개인적인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재판을 방기했다면, 그로 인한 절차적 불이익을 온전히 원고인 유족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리인은 이번 사건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안임을 강조하며 재판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박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취재진과 만나 사법부의 기계적인 법 적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 씨는 "단순하게 세 번 불출석했으니 항소 취하로 간주한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법 정의의 실현을 호소했다. 그녀는 이어 "이러한 결정이 과연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 묻고 싶다"며 재판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당사자나 대리인의 불출석 경위를 따지지 않고 항소 취하 간주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오영상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는 증인을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히며 다음 달 24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하여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민사소송 절차상 이미 발생한 항소 취하의 효력을 소급하여 무효화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 측의 호소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리적 재검토의 여지는 남겨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고 전까지 추가적인 법리 검토를 통해 증인 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별도의 기일을 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법률 규정의 경직된 적용이 초래할 수 있는 불합리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부가 마지막까지 고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유족이 권 변호사와 해당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현재 상고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책임을 인정하여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2심 재판부는 배상액을 6천500만 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대리인의 불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인한 유족의 정신적 고통과 권리 침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오는 29일 내려질 예정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대리인 과실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법의 엄격한 준수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대리인의 명백한 위법 행위로 인해 당사자가 구제받을 길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사법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수임인의 의무 위반에 대한 보다 강력한 징계와 실효성 있는 구제책 마련이 요구된다.

향후 서울고법의 선고 결과는 대리인 불출석으로 인한 소 취하 간주 법리의 예외 인정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재판부가 증인 신문 없이 선고를 강행한다면 유족 측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법리적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사법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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