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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15.9% 최고치인데 자금줄 막혔다"…바젤3 규제에 갇힌 생산적 금융

정휘 기자
©연합뉴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자본 건전성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건전성 규제가 실물 경제로 향하는 자금의 물꼬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바젤3 최종안의 정교화 과정이 개별 위험 통제에만 치중되어 금융 본연의 기능인 생산적 자금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의 평균 BIS 비율은 15.9%로 안정적이나, 과도한 위험가중치 설정이 위험자본 공급이라는 금융의 핵심 역할을 저해하는 실정이다.

국내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건전성 규제가 생산적 금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바젤3 최종안이 개별 위험 통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금융의 생산적 역할을 저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의 평균 BIS 비율은 15.9%에 달해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금의 흐름은 여전히 보수적인 위험 관리에 묶여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바젤3 규제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으나 위험가중치 산정 방식에서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 표준방법이 주식 투자에 대해 250%의 위험가중치를 기본으로 설정하고 일부에만 400%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일률적으로 400%를 적용하고 있음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러한 고율의 위험가중치 설정은 은행이 혁신 기업이나 신산업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려는 유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계대출에 편중된 현재의 금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체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 내부 자금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생산적 분야로 재조정될 수 있도록 바젤 규정보다 높은 수준의 위험가중치를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 자원이 가계 부채 증가에 기여하기보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공급의 총량뿐만 아니라 그 자금이 실제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윤여준 PwC 컨설팅 상무는 세미나에서 "단순 공급액 규모가 아닌 실제 산업과 기업 성장에 기여한 자금을 식별하는 평가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자본 흐름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했다. 산업과 밸류체인, 그리고 기술 테마 단위로 편중 위험을 관리하고 계열사 간의 리스크 이전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는 실행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바젤3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규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로 제시된다. 충분한 기초 체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위험 관리의 초점을 단순한 '통제'에서 '효율적 배분'으로 전환하여 금융의 중개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험자본 공급이라는 금융의 본질적 역할이 과도한 위험 회피 성향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 당국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만 금융 규제의 완화가 자칫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며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관찰된다.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전성 규제를 급격히 완화할 경우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에 대한 은행의 대응 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 개선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향후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의 양립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들이 자국의 경제 상황에 맞춰 규제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동향을 참고하여 우리나라도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 기관 역시 단순한 대출 규모 확대에서 벗어나 실제 성장에 기여하는 자금을 식별해내는 정교한 관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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