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7억 피해' 주장 롯데월드 벨루가 시위 재판 종결…법원 공익성 인정에 상고 포기

이겨례 기자
'7억 피해' 주장 롯데월드 벨루가 시위 재판 종결…법원 공익성 인정에 상고 포기
©연합뉴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벨라'의 방류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 해양환경단체 측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2년간의 법정 공방이 선고유예로 최종 마무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동물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참작해 처벌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과는 기업의 영업권과 시민단체의 공익 활동 사이의 법적 균형점을 시사하는 사례로 남게 됐다.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선고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며 재판 절차를 종료했다. 황 대표는 2022년 12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전시 수조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방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법률상 유죄에 해당하나 그 동기가 정당하다는 점을 인정하여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시민단체 측의 시위는 기업의 시설물에 직접적인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법적 쟁점이 되었다. 황 대표는 당시 벨루가 전시 수조 외벽에 '벨루가 전시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붙이고 구호를 외치는 등 약 20분간 시위를 지속했다. 롯데 측은 시위 과정에서 수조 외벽 등이 훼손되어 약 7억 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수사 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롯데 측의 피해 주장을 근거로 황 대표에게 폭력행위처벌법상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여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고 재산을 손괴한 측면이 크다고 판단하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은 시민단체의 활동이라 할지라도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난 물리적 행사는 처벌 대상임을 명확히 한 결정이었다.

항소심은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양형 단계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지닌 사회적 가치를 대폭 반영했다. 재판부는 시위의 방식이 법률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동물 보호라는 공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참작 사유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실제 형을 집행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형의 선고를 미루는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 역시 사법 절차상의 실익을 고려하여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진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하급심의 선고유예 판결이 부당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상고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상고를 강행하더라도 심리불속행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검찰의 상고 포기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황 대표를 변호해온 구본석 변호사는 법적 다툼보다는 실질적인 동물권 확보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다투기보다는 항소심이 인정한 공익성 판단 등에 따라 벨라를 위한 행동에 전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상고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법정 내 공방보다 여론 형성 및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고유예 판결이 기업의 사유재산권 보호와 영업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실질적인 시설 파괴 행위가 공익이라는 명분 아래 법적 면죄부를 받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는 시위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적법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이번 재판의 종결은 아쿠아리움 전시 동물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2년여간 이어진 법적 분쟁은 끝났으나 벨루가 '벨라'의 실질적인 방류 이행 여부는 여전히 사회적 관심사로 남아 있다. 기업 측은 시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 단체와의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경영상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향후 시민단체의 활동은 이번 판결에서 인정된 '공익성'의 범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동물의 권리 보호를 공익적 목적으로 명시한 만큼 관련 업계의 전시 환경 변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보호와 기업 경영의 조화를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재판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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