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무속인에게 현혹되어 66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생활가전업체 전직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기업 경영자의 윤리적 책임 방기를 엄중히 질타했다. 이번 판결은 지인이 꾸며낸 허구의 인물에 속아 기업 자산을 사유화한 이례적인 경영권 남용 사례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노유경 부장판사)는 생활가전업체 전 대표 A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실존하지도 않는 무속인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약 1년간 회삿돈 65억 8,700만 원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행위가 법치주의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공적인 법인 자금을 사적인 미신적 요구에 따라 처분함으로써 주주와 이해관계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A씨의 전 아내 지인인 B씨 부부가 치밀하게 설계한 기망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부부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무속인을 만들어낸 뒤 A씨에게 접근하여 영적인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치 무속인이 실존하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A씨로 하여금 제단에 바칠 자금이 필요하다는 허위 명분을 믿게 만드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약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무시한 채 거액의 자금을 반복적으로 인출했다. 횡령된 65억 8,700만 원은 전기용품 제조업체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산 유출이며 이는 곧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법조계는 경영자가 비과학적인 판단에 근거해 법인 자금을 사유화한 이번 사례가 시장 경제의 투명성을 저해한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라고 지적한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대표이사로서 부여된 막중한 선관주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한 A씨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유경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A씨가 무속인의 지시라는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해 거액을 빼돌렸다"며 "범행 규모와 방식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는 기업의 자산이 대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며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관리되어야 함을 명확히 한 법적 판단이다.
한편 A씨를 기망하여 범행을 유도한 B씨 부부는 이미 지난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내세워 기업가의 합리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거액의 금품을 편취한 혐의를 소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검찰 수사 결과 B씨 부부는 A씨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고들어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지속하며 기업 자금을 사실상 갈취해 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본인 역시 B씨 부부의 정교한 사기극에 휘말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속인이 실존하는 것으로 굳게 믿고 지시에 따랐을 뿐 기업에 해를 끼치려는 고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에 의한 기망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인 자금 횡령이라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은 기업 경영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과 독단적인 자금 집행이 엄중한 법적 처벌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향후 기업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경영자의 개인적 일탈을 방지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사법부는 앞으로도 경영권 남용과 법인 자산 횡령 사례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전망이다.
생활가전업계는 이번 사건이 해당 기업의 대외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며 재무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독단적 판단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와 감사 기구의 독립적 기능이 마비될 때 이러한 기상천외한 범죄가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무속이나 미신에 의존한 경영 리스크는 결국 법적 책임과 기업 가치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대가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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