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동포들의 고령화에 따른 건강권 확보를 위해 입양 기록의 온전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친부모 동의 없이는 정보 접근이 불가능한 가운데, 이는 단순한 뿌리 찾기를 넘어 유전적 질병 관리 등 실질적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 위노나주립대 박넬슨 교수는 입양인을 시혜적 관점이 아닌 동등한 한민족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인식 전환과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다.
해외 입양 동포들의 건강권 확보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입양 기록의 전면적인 공개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다. 현재 국내법은 친부모의 동의가 없는 경우 입양인이 자신의 출생 및 가족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40대에서 60대에 접어든 해외 입양인들에게 가족의 병력 정보는 단순한 알 권리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데이터로 기능하다.
미국 의료 체계 내에서 가족력은 질병 대비와 보험 처리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작용하다. 가족력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입양인은 유전 질환에 대한 적절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갑작스러운 발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제적·신체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다. 박넬슨 교수는 서류상 정보가 설령 허위일지라도 입양인이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다.
입양인에 대한 연구는 단순한 사회복지적 접근을 넘어 인종과 정체성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재편되어야 하다. 미주 전역에서 70여 명의 한인 입양인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입양 시기에 따라 이들이 겪는 사회적 소외의 양상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다. 1950년대 초창기 입양인들이 백인 사회에서의 단절과 차별에 직면했다면, 1980년대 이후 세대는 아시아계의 존재감 확대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다.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거주국의 이민 정책 변화는 입양 동포들의 입지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강화된 이민 정책은 일부 입양인들에게 배척의 근거로 작용하며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다. 이러한 외부적 위협 속에서 모국과의 연대 강화는 입양 동포들이 거주국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되다.
대한민국 사회가 입양인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과거의 시혜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다. 입양인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 어린 시선이 아닌 동등한 국민으로서의 권리 인정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입양 단체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고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상처 치유와 실질적 권익 증진의 해법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입양인 추방 위기 문제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으나 제도적 결함은 여전히 존재하다. 과거 재외동포재단 자료에 따르면 사후 정보가 불분명한 입양인이 1만 7천여 명에 달하며, 이 중 양부모의 과실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례가 실재하다. 이는 국가가 입양 사후 관리에 있어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함을 시사하다.
다만 친부모의 사생활 보호와 잊힐 권리 역시 헌법상 보장된 가치라는 점에서 정보 공개의 수위 조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분별한 기록 공개가 친부모의 현재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므로, 의료 목적 등 특정 조건하에 정보를 우선 공개하는 단계적 방안이 검토되어야 하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박넬슨 교수는 "모국이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을 한민족의 일원으로 보듬기 위해서는 입양 기록의 온전한 공개가 중요하다"며 "입양인들이 겪는 이중적인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소통과 연대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보이지 않는 아시안'의 한국어판 발간과 신작 '집에 있는 이방인'을 통해 입양 가족의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향후 정부는 입양 기록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입양인의 알 권리와 친부모의 프라이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다. 이는 재외동포 700만 시대를 맞아 진정한 민족 공동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입양 동포를 시혜의 대상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선진적인 재외동포 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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