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극복,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중재’와 국가경제 우선 원칙이 이끌어낸 극적 타협

김영 기자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극복,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중재’와 국가경제 우선 원칙이 이끌어낸 극적 타협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 직전 극적인 잠정 합의를 도출하며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를 해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권 존중과 국가 경제 수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실용주의적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며 노사 양측의 양보를 압박했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검토 등 강경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자율 교섭을 뒷받침하는 입체적 전략으로 파국을 막았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며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공급망 붕괴 위기를 넘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파업이 반도체 산업 전반과 국가 경제에 미칠 막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노동계 출신이라는 배경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적 접근법을 견지했다. 대통령실과 내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발신한 '선(先) 경제 안정, 후(後) 자율 타협' 메시지가 노사 양측의 협상 동력을 마지막까지 유지시킨 핵심 동인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조의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영업이익 배분은 위험과 손실을 부담한 투자자와 주주의 정당한 권한임을 명시하며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세금을 떼기 전 일정 비율로 이익을 제도적으로 나누는 방식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질서에서 투자자조차 누릴 수 없는 특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파업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단계적으로 강화되며 노사 양측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사측에 노동자를 기업 운영의 동반자로 대우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노조를 향해서는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일부 조직 노동자가 과도한 요구로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된다면 이는 결국 전체 노동계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는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당시 특정 기업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제적 비중을 고려한 물밑 지원이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업 경영권과 노동권의 상호 존중을 재차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제헌 헌법의 '기업이익 균점권'을 언급하며 노동계를 달래는 한편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시사해 정부의 개입 의지를 드러낸 점이 주효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내각을 진두지휘하며 파업 현실화를 막기 위한 배수의 진을 쳤다. 김 총리는 지난 13일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노사 대화 지원을 독려한 데 이어 17일 대국민담화에서는 긴급조정권 행사를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경제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정적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노사가 막판 교섭에서 퇴로를 찾도록 유도한 전략적 배치였다.

정부의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은 20일 오전 사후 조정이 결렬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노사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원칙을 언급하며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노조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노사는 국가 경제 파탄이라는 공멸의 길 대신 잠정 합의라는 상생의 길을 택하며 총파업의 불씨를 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개입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국가 경제라는 명목하에 노사 자율 교섭의 영역에 공권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향후 다른 사업장의 노사 관계에도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측의 논리를 대변하며 노조의 정당한 이익 공유 요구를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로 치부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한국 기업의 신뢰도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 출신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국가 수반으로서 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권과 경영권의 균형을 강조한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가 노사 양측에 타협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향후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등 후속 절차를 밟으며 최종 타결을 추진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첨단 산업 분야의 노사 갈등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생의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가 확인됨에 따라 대외 신인도 회복과 투자 활성화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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