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 리스크발 고물가 차단 총력전, 정부 유류세 인하 7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

윤근일 기자
중동 리스크발 고물가 차단 총력전, 정부 유류세 인하 7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확정하였다. 휘발유 15%, 경유 25%의 인하율이 유지됨에 따라 리터당 인하 폭은 각각 65원과 87원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이번 결정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하는 등 민생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선제적 방어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국제 유가 불안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며 민생 경제 안정화 기조를 강화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및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6월 이후의 유류세 운용 방안을 공식 발표하였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당초 5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시한을 7월 말까지 2개월 유예하여 국민의 유류비 부담 증가를 원천 차단하는 데 있다.

현행 인하 폭은 시장의 예측대로 휘발유 15%, 경유 25% 수준을 유지하며 급격한 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이에 따라 리터당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기존 763원에서 698원으로 65원 내린 가격이 유지되며, 경유는 523원에서 87원 하락한 436원으로 산정된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석유 제품을 공장에서 출고할 때 국가에 선납하는 세금으로, 이 단계에서의 감세는 주유소 판매 가격 인상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정부는 산업용 수요가 많은 경유에 대해 휘발유보다 높은 인하율을 적용함으로써 물류 업계와 제조 현장의 비용 부담 경감을 도모하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경유 가격의 안정은 국가 산업 경쟁력 유지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7일 도입된 2차 최고 가격제와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는 에너지 발(發) 인플레이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중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정부는 법적 고시를 근거로 소비자 가격 반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견고히 하고 있다. 김완수 재경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관련 고시를 보면 유류세 인하분을 감안하여 석유 판매 가격을 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현행 제도 안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정유사 및 유통 단계에서의 마찰적인 가격 인상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거시경제 지표상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이번 연장 결정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으며, 특히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9%나 폭등하였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0.84%포인트 끌어올리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정부로서는 유류세 환원을 논의할 여유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목적예비비 등을 통한 재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국제 석유 가격 흐름과 소비량 변화, 재정으로 확보해놓은 4조 2천억 원 규모의 목적예비비 한도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무분별한 감세 연장이 아닌, 확보된 예산 범위 내에서 철저히 계산된 정책 집행임을 시사하며 시장의 재정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세수 결손 우려를 제기하며 유류세의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될수록 국가 재정 여력이 약화되고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이 사라져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고물가 상황이 민생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세수 확보보다는 물가 억제를 통한 경제 연착륙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완전한 종료나 추가 인하율 조정은 정부 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인하를 종료해야 하느냐를 부처 간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향후 국제 유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한 뒤 적정 시점에 제도 운영 방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며, 당분간은 현재의 지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대로 6월 1일부터 새로운 연장 기간이 적용되며, 시장에서의 가격 담합이나 인하분 미반영 사례에 대한 현장 점검도 병행될 예정이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의 에너지 가격 관리 모드는 당분간 최고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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