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여성 직원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식 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은 준강간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3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이번 판결로 김 대표는 구속 위기는 면했으나 기업 오너로서의 도덕성과 브랜드 이미지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용만 김가네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하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적 조치를 병행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에 빠진 여직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기업 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대표는 회식이라는 공적인 연장선상의 자리에서 부하 직원의 심신 상실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개인 간의 일탈을 넘어 조직 내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간주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점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적시했다. 오병희 부장판사는 "범행의 내용과 경위를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여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양형 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다만 재판부는 김 대표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형의 주요 사유로 꼽았다. 김 대표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점을 집행유예 선고의 한 축으로 삼았다.
가장 결정적인 양형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 및 거액의 합의금 지급 사실이었다. 김 대표는 사건 발생 직후인 2023년 9월 27일경 피해자 측에 합의금으로 3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이 사후에 합의 및 처벌 불원 의사를 번복하기는 했으나 법원은 이미 이루어진 합의의 효력과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5년간의 취업제한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기업 총수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점을 강조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실형 선고 대신 집행유예를 선택하며 검찰의 구형보다는 다소 완화된 처벌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번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합의금이 실형을 면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성범죄 사건에서 자본력을 동원한 합의가 양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현상이 사법 정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이는 향후 유사 사례에서도 법적 형평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선고 공판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김 대표는 재판 내내 어두운 표정을 유지하며 침묵을 지켰다. 판결이 확정된 뒤 법정을 나서는 과정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항소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서둘러 준비된 차량을 타고 법원을 떠났다.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오너 리스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가네는 국내 대표적인 분식 프랜차이즈로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왔으나 대표의 성범죄 연루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본사 대표의 도덕적 결함으로 인한 영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사건은 2심으로 이어져 법리적 다툼을 지속하게 된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번복된 상황에서 합의의 실질적 효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상급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업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에도 이번 사법 리스크가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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