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LG가 맏사위' 윤관, 삼부토건 손자 상대 2억 대여금 소송 항소심서 패소... 1심 판결 파기

이겨례 기자
'LG가 맏사위' 윤관, 삼부토건 손자 상대 2억 대여금 소송 항소심서 패소... 1심 판결 파기
©연합뉴스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씨가 LG그룹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를 상대로 낸 2억원 규모의 대여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윤 대표가 조씨에게 빌린 돈과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재계 유력 인사들 간의 비공식 금전 거래에 대한 법적 실체가 인정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3부(최규현 오성우 황현찬 부장판사)는 조씨가 윤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1심 결과를 정면으로 파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 대표가 원고 조씨에게 원금 2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선언했다. 법정에서 구체적인 판결 근거를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제출한 증거의 증명력을 1심보다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적 공방의 당사자들은 재계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원고 조씨는 삼부토건 창립자인 고(故) 조정구 회장의 손자이며, 피고 윤 대표는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다.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두 사람의 관계는 2억원이라는 금전적 채무 이행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11월 조씨가 윤 대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조씨는 윤 대표가 운영하는 블루런벤처스(BRV)가 투자한 VSL코리아가 과거 서울 강남의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부지 인수자로 선정된 직후 윤 대표에게 현금 2억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씨는 해당 자금이 단기 대여금 성격이었으나 윤 대표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반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금전 대여 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 책임을 강조하며 조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금전 대여 사실을 다툴 때 증명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대여 사실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용증 등 명확한 처분문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조씨의 손을 들어주며 사안을 다르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관계와 자금 전달 전후의 정황, 그리고 대여금으로 볼 수 있는 간접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적 친분 관계에서 발생한 금전 거래라도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된다면 법적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시장 질서의 원칙을 재확인한 결과다.

윤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조씨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이 없으며, 설령 자금이 오갔더라도 이를 법적 변제 의무가 있는 대여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금전 전달 경위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대여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러한 방어 논리는 1심에서는 유효하게 작용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증거 판단을 뒤집은 것은 원고가 제시한 정황 증거들이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신빙성을 가졌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단순한 문서 유무를 넘어 실제 자금 흐름과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를 면밀히 살핀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대여금 소송에서 증거 판단의 기준을 넓히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패소로 인해 윤 대표는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와 도덕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LG그룹 일가의 구성원으로서 법적 분쟁에 휘말려 패소했다는 사실은 기업 이미지 및 향후 투자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개인 간의 채무 이행을 넘어 재계 전반의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윤 대표 측이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법치주의와 계약의 엄중함을 강조하는 최근 사법부의 경향을 고려할 때, 대법원에서도 사실관계의 확정보다는 법리 적용의 적절성을 중심으로 심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가 유력 가문 간의 관계 설정과 사적 금융 거래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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