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학자 개인 금고서 터진 280억 현금다발... 합수본, '정교유착 횡령' 수사 전방위 확대

김영 기자
한학자 개인 금고서 터진 280억 현금다발... 합수본, '정교유착 횡령' 수사 전방위 확대
©연합뉴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 원 규모의 현금다발을 횡령 자금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합수본은 최근 통일교 산하 단체 간부를 소환하는 등 자금 집행의 결재 라인 전반을 확인하며 정교유착 의혹의 실체를 규명 중이다. 이번 수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중심으로 교단 자금의 불법 정치권 유입 여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사 당국은 한 총재의 내실에서 확보된 거액의 현금이 교단 내부의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결과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통일교의 복잡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횡령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확보 중이다. 현금 280억 원은 통상적인 종교 활동비로 보기에는 규모가 과도하며, 보관 방식 또한 불투명하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해당 현금은 지난해 7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특검팀은 재정 담당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나 돈의 출처와 명확한 사용처를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합수본은 이번 재수사를 통해 과거 확인되지 않았던 자금의 뿌리를 끝까지 파헤치고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합수본은 지난 6일 통일교 천원궁과 천정궁, 서울본부 등 교단 핵심 시설 10여 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효정글로벌통일재단 등 자금 운용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산하 단체들이 대거 포함됐다.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한 총재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이 자금 횡령에 공모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정교유착의 핵심 고리로 지목된 '정치인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합수본은 21일 오전 통일교 산하 천주평화연합(UPF)의 전직 사무처장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A씨는 2019년 당시 송광석 전 UPF 회장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할 당시 자금 집행의 결재 라인에 있었던 인물로 파악됐다.

송 전 회장은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낸 뒤 교단 법인으로부터 해당 금액을 보전받는 방식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개인이 법정 한도를 초과해 후원할 수 없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다수의 명의를 빌려 소액으로 나누어 입금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합수본은 이러한 '쪼개기' 방식이 교단의 조직적인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윗선의 개입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월부터 3월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후원금의 성격이 대가성인지 여부가 수사의 관건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는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수사 당국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송 전 회장이 한 총재 및 정 전 비서실장과 공모해 교단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거액의 현금이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점은 자금 관리의 투명성이 결여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적 자금이 사적 공간에서 보관된 경위와 이것이 실제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경로를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 횡령을 넘어 정교유착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종교 단체의 특성상 헌금 등 자금 관리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교단 측은 해당 자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종교 자산이며,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 당국은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 종교 단체라 할지라도 예외 없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계획이다.

합수본은 참고인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 총재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직접 소환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종교계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과 정치 자금 지원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정치권으로의 자금 유입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질지 사회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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