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가상현실이 빚은 새로운 무도...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버추얼 태권도' 정식 채택

이성경 기자
가상현실이 빚은 새로운 무도...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버추얼 태권도' 정식 채택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전격 도입된다. 이번 결정으로 남녀 선수가 성별 구분 없이 맞대결하는 혼성 개인전 방식이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 최초로 시행되며, 태권도 종목 전체 금메달 수는 기존 13개에서 11개로 조정될 방침이다.

스포츠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무도 종목이 입성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6월 중순 열릴 조직위 이사회를 통해 버추얼 태권도의 정식 종목 채택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전통적인 신체 접촉 중심의 격투기 종목이 첨단 ICT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경기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버추얼 태권도는 선수가 VR 헤드기어와 정교한 동작 추적 감지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가상의 공간을 통해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리적인 타격에 의한 부상 위험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격투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여 제한 시간 내에 상대의 파워 게이지를 먼저 소진시키는 쪽이 승리한다. 신체 조건의 제약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경기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요소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그동안 종목의 저변 확대와 미래형 스포츠 시장 선점을 위해 버추얼 태권도의 아시안게임 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역시 가상 스포츠의 높은 팬덤 확장성과 중계 효율성을 고려하여 종목 추가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직위는 아이치현 도요하시시 종합체육관에서 기존의 겨루기, 품새 경기와 함께 버추얼 태권도 경기를 병행 개최하기 위한 세부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회 참가 자격은 17세 이상 35세 이하(U-35) 선수들로 제한되며, 가장 큰 특징은 남녀 선수가 성별의 벽을 넘어 맞대결을 펼치는 혼성 개인전 방식의 도입이다. 경기는 16강 토너먼트 체제로 운영되어 단판 승부의 긴장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별과 체급의 구분을 엄격히 두었던 기존 무도 종목의 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로, 공정한 기술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새로운 종목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종목에 배정된 전체 금메달 수는 2022 항저우 대회의 13개에서 11개로 2개 감소한다. 항저우 대회 당시 11개에 달했던 겨루기 금메달은 올림픽 기준에 맞춰 남녀 4개 체급씩 총 8개로 축소되며, 혼성 단체전은 경기 종목에서 제외된다. 품새 종목은 남녀 개인전 각 1개씩 총 2개의 금메달 체제를 유지하며 버추얼 태권도의 혼성 개인전 금메달 1개가 추가되어 최종 11개의 금메달이 확정되었다.

국제 스포츠계 관계자는 "세계 선수권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는 등 버추얼 태권도의 글로벌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종목 추가를 요청한 것은 전통 무도의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태권도가 단순한 전통 스포츠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회에는 버추얼 태권도 외에도 스포츠 시장의 다변화를 반영한 신규 종목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다. 테니스와 스쿼시의 장점을 결합하여 유럽과 남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빠델'과 축구와 탁구를 혼합한 방식의 '테크볼'이 정식 종목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는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대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직위원회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체 접촉이 배제된 가상 경기가 무도 본연의 가치인 실전성과 정신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느냐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디지털 장비의 정확도와 판정 시스템의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스포츠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은 버추얼 스포츠가 가진 강력한 비교 우위로 꼽힌다.

결국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경기와 첨단 기술 기반의 버추얼 경기가 공존하는 실험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권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종목의 현대화 가능성을 증명하고 향후 올림픽 등 더 큰 무대로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조직위는 6월 이사회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기장 조성 및 운영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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