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주식 변동 신고 누락' 김상철 한컴 회장, 항소심도 벌금 2천만원 선고

이겨례 기자
'주식 변동 신고 누락' 김상철 한컴 회장, 항소심도 벌금 2천만원 선고
©연합뉴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이 계열사 주식 변동 사항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결정되었다고 판단해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김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항소8-1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찰이 제기한 항소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1심 판결의 양형이 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기업 경영자가 준수해야 할 공시 의무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계열사인 한컴위드 주식 약 3억 원 상당을 총 15회에 걸쳐 거래하며 지분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1% 이상의 주식 소유 변동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이를 금융위원회에 적기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자본시장법은 최대 주주 등의 지분 변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며 양형에 있어서도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판시하며 항소 기각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며,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실무적 착오라 할지라도 자본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주식 변동 신고 의무가 갖는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를 통해 "피고인의 지위와 거래 횟수 등을 고려할 때 공시 의무 위반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최대 주주의 지분 변동은 투자 판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이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확대되어 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가상화폐로 약 9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추가 기소되어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해당 사건은 한컴그룹의 도덕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미 김 회장의 차남인 김모 씨는 가상화폐 비자금 조성 과정에 깊숙이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김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법의 심판을 받았으며, 이는 오너 일가 전체로 수사망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너 일가의 연이은 법적 분쟁은 기업의 대외 신인도 추락과 주주 가치 훼손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식 변동 미신고 사건의 벌금형이 주식 거래의 실질적 규모나 고의성 여부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고의적인 은폐 의도가 없었으며 실무진의 단순 행정 착오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하지만 사법부는 기업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경영진의 주의 의무가 더 높은 수준에서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향후 한컴그룹은 김 회장의 남은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안정화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오너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과 강화된 준법 감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항소심 판결은 한컴그룹이 직면한 여러 법적 과제 중 하나일 뿐이며, 진정한 위기는 향후 이어질 비자금 관련 재판의 결과에 달려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 처벌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혁신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기업 경영에 있어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 확립이 최우선 가치임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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