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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겠다" 통화 녹음이 가른 유죄 무게…김창민 감독 폭행 일당 '살인죄' 기소

이겨례 기자
©연합뉴스

 

검찰이 영화감독 고(故) 김창민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피의자들에게 당초 경찰이 적용했던 상해치사죄 대신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보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는 취지의 피의자 통화 녹음과 의료 전문가들의 법의학 감정 결과가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피의자들은 발달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아들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가해 정서적 학대를 저지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박신영 부장검사)는 21일 살인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이모(32) 씨와 임모(32)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1시경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 앞에서 소음 문제로 다투던 김 감독을 인근 골목으로 끌고 가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우발적 폭행에 의한 사망이 아닌,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감행한 명백한 살인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여 대대적인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팀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에서 약 3,000개에 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해 정밀 분석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미안한 감정이 없어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폭행했다"는 직접적인 범행 의도가 담긴 음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녹취는 피의자들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물증으로 채택됐다.

의료 전문가들의 과학적 감정 결과 또한 살인죄 적용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김 감독이 장기 기증 후 부검 없이 사망한 점을 고려해 의료 전문가 5명에게 뇌 CT 영상 등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김 감독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준의 반복적이고 강한 외력이 머리와 얼굴 부위에 집중되어 발생한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이 도출됐다. 특히 임 씨가 뒤에서 목을 졸라 피해자의 의식을 저하시킨 상태에서 이 씨가 방어 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무차별 공격했다는 사실이 법의학적으로 증명됐다.

피의자들에게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어 법적 책임이 무거워졌다. 이들은 범행 당시 김 감독의 발달장애 아들이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목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아버지가 무참히 폭행당하는 장면을 강제로 보게 함으로써 장애인 자녀에게 심각한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폭행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번 사건은 초기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며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안이다. 경찰은 당초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의자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등 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해 범행의 잔혹성과 고의성을 입증하며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오덕식 영장 전담 판사는 지난 4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인정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적 처벌 수위 역시 상해치사죄와 비교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에서 30년 사이이나,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 시민위원회는 지난 11일 수사 내용을 검토한 결과 피의자들의 살인 고의와 공동 정범 관계를 만장일치로 승인하며 살인죄 기소에 힘을 실어주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나머지 일행 5명은 폭행을 말린 사실이 확인되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의자 측은 여전히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먹으로 3~4회 가량 타격한 사실만 인정하고 있으며, 임 씨는 두 사람을 분리하기 위해 개입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확보된 CCTV 영상과 통화 녹음, 법의학적 증거들이 피의자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 능력을 극대화하여 피의자들이 저지른 행위에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에게 장례비와 치료비, 긴급 생활 안정비 등을 지원했으며 발달장애 아들의 후견인 지정 관련 법무 비용도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 유지 과정에서도 유족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피의자들의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소는 단순 폭행 치사 사건을 과학적 수사와 법리 재검토를 통해 살인 사건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사법 정의 실현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재판에서는 폭행의 강도와 반복성, 그리고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구체적으로 예견했는지 여부가 치열한 법정 공방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화 녹음에서 드러난 "죽여야겠다"는 발언의 진의와 범행 현장에서의 실행 행위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검찰의 핵심 과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구체적인 만큼 살인죄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피해자 유족과 시민사회는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촉구하며 재판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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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겠다" 통화 녹음이 가른 유죄 무게…김창민 감독 폭행 일당 '살인죄' 기소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