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제재에 맞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전직 임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생전 주변에 경제적 어려움과 억울함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던 가상자산 거래소 전직 임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전 임원 A(51)씨는 지난 13일 오후 4시 24분경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홀로 거주하던 A씨는 사망 전 지인에게 장례를 부탁하는 예약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를 확인한 지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다.
A씨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로 재직 당시 거래소의 주요 운영 업무를 총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몸담았던 거래소는 과거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영업 일부 정지 처분과 함께 임직원 대상의 강도 높은 신분 제재를 통보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제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5월 회사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하며 경력이 단절되는 고초를 겪었다.
금융당국의 처분에 승복할 수 없었던 A씨는 FIU를 상대로 '조치요구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FIU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즉시 항소함에 따라 A씨는 2심 결과를 기다리며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해고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A씨는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각한 생활고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지인들은 A씨가 소송 대응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경제적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 대해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특히 가상자산 업계의 특성상 금융당국의 제재 이력이 남을 경우 동종 업계로의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나 타살을 의심할 만한 범죄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A씨가 남긴 메시지와 주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내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경위에 있어 범죄와 연루된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 규제 기관의 행정 처분이 개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생존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나 실무 현장에서는 그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 임직원 개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빈번하다. 행정청의 처분이 사법부의 1심 판결에서 뒤집혔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로 인해 제재의 효력이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구조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에 대한 구제 절차도 정교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 처분의 집행 정지나 신속한 권리 구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승소하더라도 실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과 피규제자 간의 법적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손실은 결국 회복 불가능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시사한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피처분자가 겪는 사회적 고립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의 항소로 인해 법적 지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규제 행정의 책임성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향후 진행될 2심 재판 결과와는 별개로 업계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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