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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187만 조합원 직선제 전격 수용…외부 감사위 신설엔 "경영 자율성 저해" 반기

윤근일 기자
농협, 187만 조합원 직선제 전격 수용…외부 감사위 신설엔
©연합뉴스

 

농협중앙회가 187만 명에 달하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회장 직선제 도입을 수용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요구해온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는 경영권 침해와 중복 규제를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농협은 이와 함께 향후 5년간 총 108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농촌 인력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자체 혁신안을 병행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가 조직의 민주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공식 수용하고 대대적인 내부 혁신에 착수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1일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조합원 직선제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선거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번 결정은 그간 대의원 간선제로 운영되던 선거 방식이 조합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농협은 직선제 도입을 통해 조직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농업인 중심의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직선제 수용의 전제 조건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조합원 직선제는 적극 수용하겠으나 지역 갈등과 농협의 정치화, 금권선거 부작용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도한 선거비용 발생이 조합원 지원 재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국가 차원의 선거 공영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교란 행위를 방지하고 농협 본연의 경제적 효율성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제시한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는 경영 자율성 위축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농협 측은 감사위가 신설될 경우 기존 감사 시스템과의 중복 규제가 발생하며 인력과 운영비 증가 등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회장은 "감사위 신설은 경영 전반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외부 통제보다는 내부 감사 기능의 실효적 보완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학계와 농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내부 통제 안을 도출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농협은 농업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 보따리를 풀기로 결정했다.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부문에 93조 원, 서민금융 등 포용적 금융 부문에 15조 원을 투입하여 총 108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한다. 이는 농촌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고 농업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농협은 이러한 금융 지원이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농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세부 실행 로드맵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래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팜 보급과 인력난 해소 대책도 이번 혁신안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보급형 스마트팜 지원 목표를 기존 1,600개소에서 2,000개소로 상향 조정하여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고질적인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1만 5,000명을 직접 공급하고 농촌 인력 중개 사업을 통해 총 260만 명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한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1조 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 조성과 50억 원의 별도 예산 편성 역시 농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농협의 이번 발표가 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핵심 통제권인 감사 기능은 지켜내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직선제 도입과 감사위 신설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농협의 방만한 경영과 내부 통제 부실을 질타해왔다. 농협은 이에 대해 13개 혁신 과제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으나, 외부 감사위 설치를 둘러싼 당정과의 시각 차이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농협은 향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이번 혁신안이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도록 로드맵을 상시 점검하고 농협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증명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치와 시장 원리에 기반한 농협의 자구책이 정부의 규제 혁신 요구와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가 향후 농협 개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농협은 '진짜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통 분담과 경영 효율화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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