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공모하여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전 씨에게 1심의 징역 6년보다 줄어든 형량과 함께 1억 8,000만여 원의 추징 및 다이아몬드 목걸이 몰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전 씨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주요 증거물을 제출한 점을 형량 감경의 핵심 사유로 적시했다.
전성배 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피고인의 태도 변화를 양형에 반영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무신·이우희·유동균 고법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1심이 선고한 징역 6년에서 1년이 감축된 결과로, 피고인이 샤넬 가방 등 증거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전 씨가 김 여사와 공모하여 통일교 측의 현안 해결을 돕는 대가로 고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명확히 인정했다. 전 씨는 2022년 4월부터 7월 사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수수했다. 특히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에 대해 재판부는 단순한 친분 유지를 위한 선물이 아닌 묵시적 청탁의 대가라고 규정하며 피고인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피고인 측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의 행위이며 구체적인 청탁이 부재했다는 논리를 펼쳤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여사가 향후 대통령 직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품 수수의 성격을 규정했다. 통일교 측이 대통령 직무에 관한 알선을 기대하고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사회 통념에 부합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시각이다.
전 씨가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현금을 수수하고 기업들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은 혐의도 모두 유죄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알선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은 행위와 2025년 1월까지 기업들로부터 2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챙긴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증명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공정해야 할 국가 직무의 청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 범죄라고 판단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다만 지방선거 공천 청탁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무죄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2022년 5월 박창욱 경북도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행위는 정치자금법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되었다. 재판부는 전 씨를 법적 의미의 '정치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자금이 정치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전달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질책하며 사건의 본질을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통일교의 청탁 내용을 김 여사를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알선 행위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특정 종교 단체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국가 권력과 사적 이익이 결탁하는 상호 이용 관계가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량 감경의 핵심 근거는 이른바 '김건희특검법'상의 필요적 감면 규정이 적용된 데서 기인했다. 전 씨는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기존의 부인 전략을 철회하고 범행 일부를 자백하며 핵심 증거인 샤넬백을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 재판부는 수사나 재판에서 타인의 범죄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경우 형을 감경해야 한다는 특검법 조항이 피고인에게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전 씨가 초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감면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재판에서의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법에 명시된 필요적 감면 사유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법 조문의 문언적 해석을 중시하는 사법부의 보수적 원칙을 고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권력 주변의 인물이 종교 단체와 결탁해 국정에 개입하려 한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자백을 통한 감형이 이루어졌으나 정교유착이라는 본질적 범죄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자백과 증거 제출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며 이번 2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있다. 검찰 역시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적인 법적 판단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권력 핵심부의 도덕성과 직결된 만큼 최종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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