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자기 보호·감독 아래에 있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한 교사나 의료진에게 징역 7년 6개월 이상의 가중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도출된 이번 결정은 해당 조항이 범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을 일률적으로 부과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헌법재판소는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보호 대상인 아동을 성추행했을 때 일반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선언했다.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를 범한 신고의무자에게 법정형 하한의 2분의 1을 가중하여 최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의 정상을 참작해 형을 한 차례 감경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 위헌 심판은 자신의 보호를 받는 6학년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신고의무자의 성범죄 가중처벌 규정인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를 적용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해당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위헌 여부를 물었다.
위헌 의견을 낸 7명의 재판관은 강제추행죄의 행위 양태가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을 설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강제추행은 추행의 정도와 불법성의 경중이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으나, 현행법은 범행 정도가 경미한 경우조차 엄벌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범죄의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적절한 양형을 방해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법정형 하한이 7년 6개월로 고정되면서 법관의 양형 결정권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분석도 위헌 결정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정상참작에 따른 한 차례 감경을 거치더라도 선고형이 3년 9개월 이상으로 수렴되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은 형벌의 개별화 원칙을 훼손한다. 헌재는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된다며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을 통해 범죄와 형벌 사이의 합리적 균형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는 그 행위가 매우 다양하고 불법성의 경중 역시 그 폭이 넓은데도, 법정형 하한을 징역 7년 6개월로 정해 범행 정도가 경미한 경우 역시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3년 9개월 이상 실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되 수단의 적절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엄격히 따지는 보수적 법리 해석의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은 국가의 아동 보호 의무를 근거로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엄정한 최저형 설정이 성범죄에 대한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입법자의 정당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초·중등학교 종사자와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적 법익 보호 차원에서 가혹하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신고의무자들에 대한 양형 결정에서 법원의 재량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위헌 결정이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자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법적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추어 책임주의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아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보완 입법에 착수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법치주의의 근간은 범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형벌 체계는 법 집행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번 판결은 국가 형벌권 행사가 헌법적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무분별한 엄벌주의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성범죄 처벌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와 헌법적 원칙 사이의 균형점 모색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위헌 결정이 다른 가중처벌 조항들에 미칠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법치 국가의 형벌 체계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법리에 근거하여 설계되어야 한다는 시장 경제와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 이번 결정을 통해 다시금 강조되었다.
아동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헌법적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확인되었다. 향후 개정 법률안은 피해 아동의 권익 보호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 사이의 정교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법 정의의 실현은 엄격한 법 집행과 더불어 개별 사건의 진실을 면밀히 살피는 법관의 양심적 판단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판결로 인해 교육 현장과 의료계 등 성범죄 신고의무 기관들의 법적 리스크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무조건적인 엄벌보다는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내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법적 처벌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각 기관은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형벌의 목적이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응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복귀와 교화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이는 입법 만능주의는 오히려 법 집행의 경직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우리 사회의 형사 사법 체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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