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온 34년 된 판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공식 폐기됐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수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관련 종사자들의 직업의 자유와 피시술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향적 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판결로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타투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신사 박모 씨와 백모 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문신 시술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의료인이 수행하지 않을 경우 보건위생상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1992년 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했던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전원일치 의견으로 뒤집은 결과다.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정의는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진찰과 처방, 그리고 보건위생상 위해 방지가 필요한 행위로 제한된다. 대법원은 문신이 전문 의료인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달해왔으며, 미적 기능과 경험이 중시되는 예술적 행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다. 통상적인 레터링이나 미용 문신은 의학적 처치와 무관하게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분석이다.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 역시 판례 변경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바늘 침투 깊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비의 보급과 염료의 안전성 강화로 인해 과거보다 위생 사고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문신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을 넘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개인이 자신의 신체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헌법상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비의료인에게 의료인 자격 취득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문신 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 재판부는 문신 시술자가 자신의 도안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발휘할 자유와 피시술자가 자신의 서사를 신체에 새길 권리를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려는 사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은 각각 두피 문신과 서화 문신을 시술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급심은 1992년의 판례를 근거로 비의료인의 시술을 일관되게 처벌해왔으나, 이번 전합 판결로 인해 향후 유사 사건들에 대한 대대적인 무죄 선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그간 유지해온 합헌 결정과도 궤를 달리하는 사법부의 결단이다.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문신사법은 이번 판결로 인해 더욱 강력한 법적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기존에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전제한 상태에서 예외적 허용을 논의했으나, 이제는 문신 자체가 독자적인 직업 영역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법 시행 전이라도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문신사들이 범죄자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무분별한 시술에 따른 부작용이나 위생 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법원 역시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거나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와 안전 가이드라인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는 이번 판결을 상식의 승리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문신사법 통과 이후에도 지속되었던 신고와 협박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며 "사법부의 판결로 아쉬움이 완벽하게 해소되었다"고 밝혔다. 피고인 박 씨 또한 소상공인들이 속 시원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었다며 기쁨을 표했다.
향후 타투 시장은 제도권 안에서 양성화되며 산업적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회는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 세부적인 위생 기준과 자격 요건을 정비하여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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