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8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매매 시장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쏟아지며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북권의 전셋값 상승 폭이 강남을 압도하는 가운데 매매 시장은 15억 원 이하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유례없는 강세를 보이며 실거래가 지수 기준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보다 1.36% 상승하며 8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2014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확인됐다. 전세 물량 부족과 매수 대기 수요의 전세 전환이 맞물리며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한강 이북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한강 이남 지역을 크게 앞지르며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동북권은 2.14%, 서북권은 1.24%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동남권(1.08%)과 서남권(1.05%)의 수치를 상회했다. 용산과 종로, 중구가 포함된 도심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전세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매가 하락에 따른 전세 선호 현상이 강북권 중저가 단지에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세 시장의 과열과 달리 매매 시장은 다주택자들의 매물 밀어내기 영향으로 7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28%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유지해온 상승 동력을 상실했다.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시장에 대거 출현한 탓이다. 보유세 부담을 느낀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처분에 나선 것이 지수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3.10% 급락하며 서울 전체 매매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용산·종로·중구 등 도심권 역시 0.46%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마포와 서대문 등이 위치한 서북권도 0.09% 떨어지며 하락세에 동참했다. 반면 노원·도봉·강북이 위치한 동북권은 0.40% 올랐고 서남권도 0.06% 상승하며 지역별 온도 차를 명확히 드러냈다.
아파트 규모별로는 중대형 평형의 가격 하락세가 소형 평형보다 훨씬 가파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용면적 85~135㎡ 중대형은 2.48% 하락했으며 13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도 1.98% 떨어지며 고가 시장의 위축을 증명했다. 이는 대출 규제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고가 대형 평형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 평형은 실수요가 뒷받침되며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다.
매매 시장의 중심축은 투자 수요에서 15억 원 이하 아파트를 노리는 실수요자 집단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실제 3월 전체 거래 중 15억 원 이하 비중은 80.8%에 달하며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최대 6억 원까지 가능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영향이다. 고가 주택의 거래가 위축된 사이 중저가 시장이 거래의 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 측면에서는 저가 및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외곽 지역의 활발한 움직임이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노원구는 888건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매매가 이뤄진 지역으로 집계됐다. 강서구와 성북구, 구로구 등이 그 뒤를 이으며 실수요 중심의 시장 재편 흐름을 뒷받침했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린 갭투자보다는 거주 목적의 실거래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월 대비 25.1% 증가한 6,851건을 기록하며 시장 회복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강남구의 거래량이 전월 대비 67.5% 폭증한 278건을 기록하는 등 주요 상급지의 거래 회복세가 뚜렷하다. 광진구(66.1%)와 성동구(58.3%), 동작구(40.9%) 역시 거래가 크게 늘며 양도세 유예 종료 직전의 막바지 거래가 집중됐다. 송파구 또한 34.1%의 증가율을 보이며 강남권 전반의 거래 활성화를 견인했다.
서울시는 이번 통계 분석을 통해 시장의 수요 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의 대출 조건이 실수요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며 투자 수요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과 거시 경제의 불안 요인은 여전히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하락을 방어하는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세가 일시적인 정책 효과에 불과하며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하락은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부동산 공급 물량의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전셋값의 폭등은 결국 매매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 질서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기계적인 가격 하락보다는 수급 불균형 해소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의 매물 소화 과정과 전세가율 추이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전셋값의 역대 최고치 경신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매매 시장의 하락 전환이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 추세로 굳어질지는 금리 정책과 공급 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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