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예비비 28억 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 심사가 시작됐다. 당초 예산의 세 배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 예산 체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핵심 판단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수사의 칼날이 김건희 여사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이들이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의 공사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안부 예산을 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심사는 관저 이전 의혹을 둘러싼 권력 핵심부의 신병 확보를 위한 특검의 두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법조계의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당초 관저 리모델링 비용으로 약 25억 원을 책정했으며 이 중 인테리어 명목은 14억 4,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공업체인 21그램이 제출한 견적서는 약 41억 2,000만 원으로 초기 예산의 세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 예비비를 끌어다 쓴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국고 손실 행위로 규정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계약서나 설계도 등 필수적인 행정 문서가 누락된 채 무리한 시공이 강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증이나 조정 절차 없이 업체 측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되었으며 이는 국가 계약법상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다. 특검팀은 이러한 비정상적 절차가 대통령실 고위층의 묵인이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피의자들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관저 내부에는 다다미방과 히노키 욕조 등 당초 계획에 없던 고가의 시설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요구로 추가 설치되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 이러한 추가 요구사항들이 공사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결국 예산 돌려막기라는 탈법적 수단으로 이어졌다. 이는 공적 예산을 사적 취향을 반영한 시설 확충에 유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부에서는 예비비 추가 편성이 어렵다는 보고가 상부에 전달되었으나 대통령실의 압박에 의해 묵살된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공무원이 인사 조처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할 정도로 부처 내 반발이 거셌던 정황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문건에서 확인됐다. 특검은 이를 행정부의 예산 자율성을 침해한 심각한 직권남용 사례로 보고 김 전 실장 등의 책임을 묻고 있다.
시공을 맡은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 업체로 알려져 선정 단계부터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영 21그램 대표와 김 여사 주변 인물 간의 긴밀한 친분 관계가 공사 수주와 예산 증액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이번 구속영장 집행을 통해 업체 선정 배후에 김 여사의 직접적인 관여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관저라는 국가 중요 시설의 보안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일부 절차적 미비는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일반적인 공공 공사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법리적으로 예비비 사용의 재량권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이번 영장 심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 예산의 전용은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국고 손실 및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권을 남용하여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었다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사법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는 향후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는 김 여사를 포함한 대통령실 윗선 전체로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과잉 수사라는 정치적 비판과 함께 특검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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