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발 공급망 붕괴에 알루미늄 가격 4년래 최고치... 관련 종목 일제히 급등

윤근일 기자
중동발 공급망 붕괴에 알루미늄 가격 4년래 최고치... 관련 종목 일제히 급등
©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주요 제련소의 생산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알루미늄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선물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장 초반 10%대 급등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생산 시설의 물리적 파괴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알루미늄 가격을 근 4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3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알루미늄 공급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3개월물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약 8%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국내 증시에서 알루미늄 관련 종목들의 매수세를 강하게 자극하며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아알미늄은 22일 개장 직후 전일 대비 10.71% 치솟은 9만 2,000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선알미늄과 조일알미늄 역시 각각 3.19%, 1.91% 상승하는 등 관련주 전반에 걸쳐 강한 수급이 유입되는 양상이다.

이번 수급 대란의 핵심 원인은 세계적인 알루미늄 생산 거점인 중동 제련소들의 잇따른 가동 중단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로 인해 알루미늄 원료를 적재한 선박들의 입항이 차단되자 카타르와 바레인의 주요 제련소들은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항공기 제작부터 전선, 음료 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공급 차질은 실물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지역이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의 파급력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의 알루미늄 생산능력(CAPA)은 글로벌 전체 공급량의 9.2%에 달하며, 현재 발생한 수출 차질 규모만 225만 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2.9%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으로,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GA)과 바레인의 알바(Alba) 등 핵심 시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란의 군사 공격으로 인해 일부 생산 시설이 물리적 기능을 상실하면서 단순한 물류 지연을 넘어선 생산 기반의 훼손이 현실화되었다. 현지 당국은 파괴된 시설의 완전 정상화까지 최소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의 구조적 균열이 내년 상반기까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이 재거론되고 있음에도 알루미늄 수출 차질은 진정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 시설의 복구 기간과 글로벌 수급 상황을 근거로 알루미늄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인 중국 역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글로벌 공급난 해소에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략광물에 대한 채굴 및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며 자국 내 자원 보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는 중동발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마지막 통로마저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고 물류 흐름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파괴된 제련 시설의 복구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기적인 협상 결과가 즉각적인 수급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결국 알루미늄 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극심한 수급 불균형 상태를 유지하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생산 차질 규모와 복구 일정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법치와 시장 질서가 위협받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원자재 공급망의 다변화와 전략적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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